퍼터 바꾼 이태희, 아담 스콧처럼 '이상무'
04.19 11:15

아담 스콧(호주)은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생애 첫 2주 연속 우승 쾌거였고, 세계랭킹 7위로 뛰어 오르며 부활을 노래했다. 59세의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마스터스에서 아들 같은 후배들과 당당히 우승 경쟁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스콧과 랑거는 롱 퍼터로 대표됐던 인물이다. 올해부터 몸통 일부에 대고 스트로크하는 앵커드 퍼터 사용이 금지됐지만 둘은 보란 듯이 이전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스콧은 일반 퍼터로 바꾼 뒤 오히려 퍼트가 좋아졌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태희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대표하는 롱 퍼터 선수다. 하지만 바뀐 규정 탓에 이태희도 일반 퍼터로 교체했고, 시즌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21일부터 시작되는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이 그 첫 무대다. 지난 5년간 롱 퍼터의 일종인 벨리 퍼터를 사용했던 이태희는 “적응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퍼터 교체 후 확실히 롱 퍼트의 거리감은 좋아졌다”며 반색했다. 이태희는 스콧처럼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
이태희는 4월 초 일본 2부 투어에서 모의고사 성격의 대회를 소화했다. 노빌컵에 출전했던 그는 2오버파 공동 42위에 머물렀다. 일반 퍼터를 가지고 공식 대회를 오랜 만에 치렀던 그는 3퍼트를 4개나 했다. 퍼트가 좋은 이태희가 3퍼트 4개를 한 건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이태희는 2013년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29개로 코리안투어에서 퍼트를 가장 잘 했고, 지난해에도 이 부문 10위 안에 들었다. 이태희는 “퍼트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니라 라인을 잘못 읽어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며 “실전에서는 압박감이 있다보니 연습할 때와는 조금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태희는 2010년까지 일반 퍼터로 경기를 했다. 롱 퍼터를 쓸 때도 동계훈련 때는 항상 롱 퍼터와 일반 퍼터 2개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셋업과 루틴 등은 벨리 퍼터를 사용했을 때와 변함없다고 했다. 그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견고한 스트로크를 위해 양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팔은 최대한 옆구리에 붙이려고 노력한다”는 이태희의 설명이다. 퍼트는 세밀한 차이에 따라 결과가 확 달라진다. 이태희는 벨리 퍼터를 사용했을 때처럼 스트로크 시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계추처럼 일정한 리듬과 움직임을 체화하기 위해선 적응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는 지난해 코리안투어 대상 수상자다. 프로 10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던 해였다. 이태희는 “지난해 대상 수상자라는 부담감은 없다. 올해는 다승을 꼭 해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관건은 퍼트다. 이태희는 2011년 롱 퍼터로 바꾸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다. 일반 퍼터로도 예전의 퍼트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희는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5개 정도는 해야 상위권에 포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이태희의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1.759개였다.
이태희는 세계에서 가장 퍼트를 잘 하는 조던 스피스(미국) 동영상도 자주 본다. 그는 “크로스핸드 그립이라 조금 다르지만 퍼트할 때 리듬과 루틴을 어떻게 가져가는지 유심히 보고 영감을 얻었다”라고 했다.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을 시작으로 6주 연속 강행군이 이어지기 때문에 시즌 초반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성실한 이태희는 체력에는 자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같은 트레이너와 체력 트레이닝을 해왔다.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변화에 직면한 이태희가 희망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코리안투어 개막전이 기다려진다.
JTBC골프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전 라운드를 21~24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