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 안되면 캐디로, 마스터스 꿈 이룬 투어 프로
04.06 10:42

시니어투어에서 4승을 거둔 현역 골퍼 에스테반 톨레도(54·멕시코)가 마스터스 출전의 꿈을 이뤘다.
선수가 아닌 캐디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 참가하는 건 대부분 골퍼들의 꿈이다. 당연히 선수로 출전하는 꿈을 꾼다. 톨레도는 86년 PGA 투어에 입성해 30년 간 마스터스의 꿈을 꿨지만 기회는 없었다.
톨레도는 PGA투어에서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마스터스 출전 자격은 얻지 못했다. 그렇게 시니어 투어 선수가 됐다. 그는 시니어 투어에서는 지난해까지 3승을 기록하며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래도 오거스타 초청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그는 다른 방식으로 꿈을 이뤘다. 올해도 시니어투어에서 1승을 올린 현역이지만 마스터스에 캐디로 참가한다.
톨레도는 지난해 마스터스에 벤 크렌쇼(64·미국)의 캐디로 참가하려 했다. 그러나 크렌쇼는 2015년 대회가 본인의 마지막 마스터스였고, 오랜 친구이자 캐디인 칼 잭슨과 나가기 위해 톨레도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톨레도는 올해는 샌디 라일(58·잉글랜드)에게 졸랐다. 라일은 톨레도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라일은 톨레도가 우승하는 걸 보고 마음을 돌렸다.
라일의 캐디를 맡던 그의 아내 요란데는 톨레도에게 전화해 "당신이 나가게 됐다"고 전했고, 라일도 톨레도에게 '오거스타 페어웨이를 함께 걷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멕시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톨레도는 신이 나서 그의 제안을 바로 수락했다고 한다.
톨레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5일(한국시간) 오거스타에서 연습라운드를 마치고 마스터스 측과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다. 놀랍다. 죽기 전에 오거스타에 꼭 와보고 싶었다"며 "오거스타의 페어웨이를 걸으며 갤러리들의 함성을 들었다. 내가 상상하던 모든 것이 오늘 일어났다"고 했다.
또 "하지만 난 캐디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샌디 라일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도 했다.
라일도 만족한 눈치다. 그는 "그의 거리감은 정확하고, 어떤 홀에서 어떤 샷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가 선수이기 때문에 다른 캐디보다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톨레도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서 놀랐다. 짜릿하다.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다. 믿을 수 없는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