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좌타냐, 우타냐
04.05 17:20
마스터스가 7일(현지시간) 개막한다. 타이거 우즈는 허리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한국의 최경주도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안병훈이 유일하게 참가한다. 그러나 빅 3인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와 올해 들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아담 스콧 등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우승후보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러나 왼손타자들을 무시하면 안된다. 마스터스는 왼손타자를 위한 골프장이다. 2015년까지 최근 12차례 마스터스에서 왼손잡이의 우승은 41%인 5회다. 정상급 골프선수 중 왼손잡이 비중은 5%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역대 남자 메이저대회에서 왼손 골퍼의 우승은 총 9번 나왔다. 그중 3분의 2인 6번이 마스터스에서 나왔다.
올해 참가하는 좌타자는 버바 왓슨, 필 미켈슨, 마이크 위어다. 2003년 챔피언 자격으로 나오는 위어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왓슨과 미켈슨은 눈여겨 봐야 한다. 왓슨은 2012년과 2014년에 우승했다. 미켈슨은 오거스타에서 3승을 했다.
마스터스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한 이유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왼쪽으로 구부러지는 홀이 많아서다. 특히 버디나 이글이 많이 나오는 파 5홀 중 3개가 왼쪽으로 휘어 있다. 왼쪽으로 돌려 치는 선수가 2온 하기에 절대 유리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18개 홀 중 9개가 왼쪽으로, 3개가 오른쪽으로 굽었다. 9개 왼쪽 도그레그 홀 중 왼손이 확실히 유리한 홀은 2, 5, 9, 10, 13번 홀로 5개다.
오른손잡이도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샷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하다. 런이 많이 생겨 어디까지 굴러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왼손잡이는 페이드샷을 구사하는데 이 샷은 거리 통제가 쉽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원로 골퍼 리 트레비노는 “페이드는 말을 듣지만 드로와는 대화가 안 된다”고 했다.
오거스타에서 왼쪽으로 너무 많이 휘면 대형사고가 난다. 아멘 코너의 마지막인 13번 홀(파5) 페어웨이 왼쪽엔 개울이 흐른다. 2온을 노리려고 티샷을 드로구질로 치다 오른손 골퍼들의 꿈이 이곳에 빠졌다. 2002년과 2006년 전장을 대폭 늘린 후 왼손잡이의 이점이 확 늘었다.
파 5인 2번 홀 왼쪽 숲은 ‘오거스타 여행사’라고 불린다. 잡목이 우거진 이곳에 들어갔다간 컷 탈락할 것이고 일찌감치 짐을 싸야 해서다. 역시 왼손 타자들은 별로 무섭지 않은 곳이다.
골프 코스는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 위주로 만들어진다.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아마추어를 위해 페어웨이 오른쪽에 언덕을 만든 곳이 많다. 어려운 홀을 만들 때도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함정을 만든다.
오거스타 골프장도 왼손 골퍼를 위해 파 5홀을 왼쪽으로 휘어 놓은 것은 아니다.
코스 설계자인 알리스터 매켄지는 파 5에서 2온을 하기 힘들도록 그렇게 했다. 절대 다수인 오른손 골퍼는 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역설적으로 왼손잡이라 손해를 봤던 소수자들이 이 난관을 극복하는 유리한 위치에 오른 것이다.
버바 왓슨은 최근 4년간 이 대회에서 2차례 우승했다. 장타자이면서도 쇼트게임 감각이 좋아 파 5홀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필 미켈슨도 메이저 5승 중 마스터스에서 3승을 했다.
우타자 중에서는 제이슨 데이가 드로샷을 잘 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326야드로 거리 1위였고 몇 차례 우승경쟁도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