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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코너 50야드 늘리는데 618억 원 달라"

02.28 16:36

아멘코너의 끝인 13번홀. 아름답지만 전장이 짧아 너무 쉽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골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의 개최지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아멘코너(11~13번홀)의 일부인 파5 13번 홀 전장을 50야드 늘리려 땅 구매 협상을 하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과 맞붙어 있는 오거스타 컨트리 클럽과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100만 달러(약 12억3000만원)에 땅을 사겠다고 제안했는데 오거스타 컨트리클럽은 이 액수의 50배인 5000만 달러(약 618억원)를 요구했다고 미국 골프 위크가 2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선수들의 샷 거리 증대로 코스가 상대적으로 짧아지게 되면서 여러 차례 전장을 늘렸다. 특히 2001년 타이거 우즈가 16언더파로 우승하면서 이른바 타이거슬램을 달성한 후 거리 늘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는 7445야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13번 홀은 거의 변화를 주지 못했다. 파 5인데 510야드로 전장이 짧아 쉽다. 지난해 평균 타수 4.55로 이 골프장에서 가장 쉬운 홀이었다. 버바 왓슨 등 왼손 장타자들은 이 홀에서 웨지로 두 번째 샷을 하기도 했다. 13번 홀에서 쉬운 버디나 이글이 많이 나와 아멘코너의 신비를 깎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13번 홀의 그린은 유명한 래의 개울 건너에 있다. 전통이 깊은데다 철쭉이 만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상징적인 곳이어서 건드리기 어렵다. 티잉 그라운드를 뒤로 옮겨야 했는데 바로 뒤에 다른 골프장(오거스타 컨트리 클럽)이 있기 때문에 역시 불가능했다.

두 골프장이 딱 붙어 있어 가끔 문제도 생겼다. 숲으로 경계를 만들어놨지만 마스터스 경기 중 12번 홀 그린과 13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는 옆 골프장의 소음이 들리기도 했다. 타이거 우즈가 12번 홀 그린에서 퍼트를 하려고 할 때 옆 골프장에서 공이 날아온 일도 있다.

그래서 올해 오거스타 내셔널은 작심하고 나섰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원하는 땅의 면적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장 50야드를 늘리는데 광활한 땅이 필요한 건 아니다. 오거스타 컨트리클럽은 이 땅에 마스터스 5년 치 상금인 5000만 달러를 부른 것이다.

오거스타 컨트리 클럽이 거액을 부른 이유는 두 가지다. 땅을 내주면 오거스타 컨트리클럽의 9번 홀 페어웨이가 잠식되어 코스를 개조해야 한다. 이 클럽은 1899년 만들어져 오거스타 내셔널보다 역사는 오히려 깊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엄청난 재력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회원은 비공개지만 지난해 블룸버그 통신이 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루이스 거스너 전 IBM 회장, 야후 전 CEO 제리 양 등 미국의 부호들이 대거 포함됐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첫 제안 100만 달러에서 가격을 높여 2700만 달러와 골프장 재설계비용을 대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오거스타 컨트리클럽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골프위크는 보도했다. 협상과정에서 양쪽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도 전했다.

성호준. 원종배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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