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부활시킨 모중경 "미스 범위 최소화가 핵심"
01.05 10:59

베테랑 모중경(45)은 5년 만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30)의 은인이다.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지만 김경태의 전담 스윙코치이기도 하다.
모중경은 레슨을 잘 하는 투어 프로로 정평이 나있다. 1987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모중경은 부치 하먼과 마이크 밴더(이상 미국) 등 유명교습가에게 레슨을 받았고, 골프 이론에도 해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태는 스윙코치 모중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론에 밝고, 누구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한다.” 유명교습가나 이론가에게나 어울릴 법한 표현이다. 그만큼 모중경이 자신만의 레슨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모중경은 전문 교습가가 아니라 아직까지 현역 은퇴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는 “후배들과 경쟁 자체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그때 은퇴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1996년 프로에 데뷔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4승, 아시안투어 2승을 기록하고 있는 모중경은 올해도 후배들과 우승 경쟁을 벌인다. 2016년 KPGA 코리안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풀시드를 획득한 모중경은 시드권자 중 6번째 고령자로 2016년 필드를 누빌 예정이다.
‘드라이버 똑 바로 보내기’가 모중경의 장기다. 그린 적중률도 74.6%로 2015년 코리안투어에서 3위에 오를 정도로 좋다. 특히 스윗스폿에 정확히 맞히는 임팩트 능력도 탁월하다. 뱃살이 두둑하게 나온 ‘아저씨 몸’이지만 유연성도 뛰어나 샷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모중경은 김경태의 스윙을 교정했다. 모중경은 오버스윙 경향이 있는 김경태의 스윙을 뜯어고쳐 간결한 스윙으로 만들었다. 그는 “팔과 손, 클럽이 한 몸처럼 다운스윙이 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팔과 손, 클럽의 일체감으로 임팩트가 향상된 김경태는 샷 거리도 10야드 가까이 늘어나는 등 교정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리고 지난해 6월 타일랜드 오픈에서 2년 9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바뀐 스윙에 대한 믿음은 더 커졌다. 모중경은 투어 프로 맞춤형 레슨에도 능하다. 레슨의 핵심은 ‘미스 범위 최소화’. 그는 “김경태처럼 경기를 많이 해야 하는 선수들은 매 대회 조금씩 교정하고 스윙을 바꿔야 한다. 컨디션이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샷 미스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스 범위를 줄인다면 샷에 대한 자신감이 붙을 것”이라며 “경태의 경우도 실수 범위가 줄어들다보니 자신의 스윙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습 때는 좋은 샷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실전에서 그 샷을 그대로 구사하기는 어렵다. 모중경은 “연습과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샷을 구분하는 편이다. 실전에서는 선수들의 안 좋은 버릇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 샷 미스 범위를 줄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 시즌 후 모중경은 김경태와 만나지 못했다. 1월 말 태국 전지훈련 기간에 김경태를 만나 다시 스윙 점검을 할 예정이다. 모중경은 그 동안 수십 명의 교습가에게 레슨을 받았다. 그러면서 교습가의 이름값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깨달았다. 그는 “유명 교습가가 모두 프로에게 좋은 스승은 아니다. 자신이 맞다고 믿는 코치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스윙을 점검해줄 수 있지만 자가진단은 쉽지 않다. 그래서 모중경도 스윙코치가 있다. 지산아카데미의 이준석 프로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교습가로 뛰어난 자질을 보이고 있지만 모중경은 여전히 꿈을 좇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부상이 복합적으로 찾아오면서 투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3주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며 “언제나 그랬듯 매 대회 우승을 목표로 뛸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 유지기간이 짧아져 힘들지만 체력을 보완해 이런 단점도 극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