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목록

1타 절실함 깨달은 위기의 홍순상, 투어 챔피언십 선두

11.05 17:32

홍순상이 5일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였다. [KPGA]

한국 골프를 대표하는 ‘미남 골퍼’ 홍순상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드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상금 순위 61위로 처져 60위까지 돌아가는 시드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종전에서 컷 통과를 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처지다. 홍순상은 “1타의 절실함을 예전에는 몰랐는데 다른 프로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의 홍순상이 홀수 해 ‘우승 징크스’의 청신호를 켰다. 홍순상은 5일 충남 태안 현대 더링스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낚으며 8언더파 단독선두를 달렸다. 2위 6언더파의 김봉섭과는 2타 차다. 2006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10년 차 홍순상은 2007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9년 1승, 2011년 2승, 2013년 1승을 챙기며 홀수 해 우승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투어 챔피언십이 올 시즌 최종전이라 좋은 징크스를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홍순상은 티오프 전 연습 때 오른 손목이 시큰거려 압박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다행히 손목이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잠을 못 잘 정도로 걱정이었던 티샷도 잘 됐다. 현대 더링스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고 워터 해저드가 홀마다 길게 늘어서 있어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순상은 티샷을 첫 단추를 잘 끼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2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은 홍순상은 6번 홀(파4)에서 10m의 먼거리 퍼트를 집어넣으며 상승세를 탔다. 9번 홀(파4)까지 4연속 버디로 단숨에 5언더파까지 올라섰다. 11번 홀(파4)에서 후반 첫 버디가 나왔고, 잔잔했던 바람이 오후 들어 거세졌지만 홍순상의 샷은 흔들리지 않았다. 파 세이브를 잘 해나갔던 홍순상은 17번 홀(파4)에서 그린을 놓쳤다. 하지만 짧은 러프에서 퍼터로 굴린 11m 롱 퍼트가 홀컵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세를 탄 홍순상은 마지막 홀에서도 2m 버디를 성공시키며 기분 좋게 라운드를 마감했다.

홍순상은 “티샷이 만만치 않은 코스라 잠을 못 잘 정도로 걱정했지만 샷감이 괜찮아서 잘 풀렸다. 홀수 해마다 우승을 한 징크스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1라운드 출발이 좋고 감도 좋기 때문에 징크스를 긍정적으로 자꾸 생각하게 된다”고 활짝 웃었다. 64타는 생애 베스트 스코어와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홍순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머리가 복잡했다.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했고, 해외 Q스쿨도 1타 차로 계속 떨어지면서 덩달아 의욕도 떨어졌다. 그렇다 보니 올 시즌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문경준이 “형은 그래도 투어 데뷔 후에 성적이 꾸준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올 시즌은 그렇지 않았다. 올 시즌 8개 대회에서 바이네르 오픈 공동 10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상금도 3300만원에 그쳐 61위에 머물고 있다. 그는 “올해 감은 좋았는데 연습도 예전처럼 하지 않고, 파이팅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홍순상에게 2008년과 2010년의 상금순위 24위가 최고로 나빴던 성적표다. 올해는 일본 투어와 병행하면서 대회 출전수가 줄다 보니 상금순위가 곤두박질 쳤다. 그래서 홍순상은 한국오픈에서부터 시드 유지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는 “시드 걱정이 있다 보니 정말 1타의 절실함을 알 것 같았다.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이 ‘시드가 걸려 있으니 누구를 꼭 이겨줘’라고 말하는 것들이 와닿았고, 현실로 다가왔다”라고 고백했다. 10년 차인 홍순상에게 골프는 여전히 삶의 전부다. 그는 “시드를 잃는다는 생각만 해도 막막하고 아찔하다”며 몸서리를 쳤다. 골프가 절실하고 간절해진 홍순상은 “2라운드에서도 저를 믿고 오늘처럼 플레이를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4관왕(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 신인왕) 도전을 노리는 이수민이 5언더파 공동 3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박준섭과 박준원, 서형석도 5언더파로 선두권에 포진했다. 버디 8개를 뽑았지만 11번 홀(파4) 트리플 보기가 아쉬웠던 김태훈이 4언더파 공동 10위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겨냥하고 있는 이형준은 1언더파 공동 41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박도규는 12번 홀(파3)에서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홀인원을 작성해 1000만원 상당의 카이도골프 풀세트를 부상으로 받았다.

JTBC골프는 이번 대회를 매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태안=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 공유

자랑하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