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 승부욕, 쇼맨십 미국 우위
10.09 07:00
리키 파울러와 함께 짝을 이룬 지미 워커는 다음 홀로 걸어가려 하다가 다시 9번 홀 그린으로 돌아가 놓쳤던 지점에 공을 놓고 재차 퍼트를 하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프레지던츠컵 조직위]
기량뿐 아니라 팀워크와 승부 근성 등 모든 면에서 미국팀이 인터내셔널팀보다 돋보였다.
인터내셔널팀 캡틴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선수들은 팀워크가 중요한 매치를 포섬이라고 판단했다. 포볼보다 포섬을 첫 날 매치로 택한 것도 호흡적인 측면에서 파고들 틈이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팀이 팀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줬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2)는 협력 플레이도 단연 1등이었다. 장타자 더스틴 존슨(31)과 짝을 이룬 스피스는 1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친 뒤 퍼터를 들고 곧장 그린으로 향했다. 그린 앞쪽에 떨어져 15m 이상 되는 거리의 퍼트를 남겨뒀다. 포섬 방식상 존슨의 차례였지만 스피스는 마치 자신이 퍼트를 하는 것처럼 라인을 먼저 살피고 브레이크 지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이 읽은 방향과 브레이크를 짚어줬다.
존슨이 과감한 퍼트 스트로크로 핀 1m 옆에 붙이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동료를 격려했다. 2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앞두고 주위가 산만하자 직접 갤러리를 향해 손을 들어 조용히 해달라는 동작도 취했다. 존슨이 세컨드 샷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팀플레이이었다. 주변의 소음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한 스피스는 이 홀에서 어려운 8m 내리막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린 뒤 존손과 주먹을 맞부딪히며 포효했다. “그야말로 예술”이라는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서로 개성이 뚜렷한 톱 플레이어들로 구성됐지만 미국팀은 ‘하나’된 모습을 보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매번 만나고 라이더컵 등에서도 팀플레이를 많이 해본 베테랑들이라 샷을 할때 마다 상의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또 이날 경기를 뛰지 않았던 미국팀의 크리스 커크(30)는 필 미켈슨(45)과 잭 존슨(39) 조, 스피스-존슨 조를 따라 다니며 필드 안에서 힘을 불어넣어줬다. 그러나 이날 엔트리에서 제외된 인터내셔널팀의 배상문(29)과 찰 슈워젤(31)은 연습 그린에서 퍼트만 굴렸을 뿐 처음부터 홀을 같이 돌진 않았다. 미국팀은 숙소도 2개층에 방을 모두 모으는 등 팀 융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승부 근성과 쇼맨십도 더 프로다웠다. 미국팀 선수들은 퍼트를 안타깝게 놓치거나 샷 미스가 나오면 대체로 액션이 컸다. 화를 내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승부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리키 파울러(27)와 호흡을 맞춘 지미 워커(36)는 9번 홀에서 5m 버디 퍼트를 놓치자 발을 동동 굴렸다. 파울러와 함께 다음 홀로 이동하려는 순간 워커는 다시 발걸음을 9번 홀 그린으로 옮겼다. 워커는 퍼트했던 지점에 공을 놓고 다시 스트로크를 했고, 성공시켰다. 경기와 상관없는 퍼트였지만 지켜보던 갤러리는 워커의 승부욕에 박수를 보냈다.
베테랑 미켈슨과 존슨은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친 선수가 동료와 미리 맞춰둔 세리머니를 하듯 멋진 샷이 나올 때마다 손을 맞잡고 고개를 끄덕이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미켈슨이 13번 홀에서 벙커 샷 버디를 낚은 뒤 존슨과 함께 선보였던 세리머니가 압권이었다.
송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