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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우상, 전인지①

10.07 07:24

전인지의 좌우명은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기’다.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야디지 북에 매일 똑같은 문구를 적은 뒤 주문을 외우듯 코스로 나가고 자신의 주문대로 하루하루를 즐긴다.사진 고성진 스타일리스트 홍화두

21세. 전인지는 어떻게 하면 우승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인지는 지난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했다. 한 달 뒤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국내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마저 접수하면서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한 시즌에 제패하는 기록을 썼다. 전인지는 지난 주 JLPGA 투어의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일본여자오픈까지 우승해 한·미·일 내셔널 타이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벌써 세계랭킹은 8위다.

전인지의 별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아기 코끼리 덤보에서 유래된 ‘플라잉 덤보’다. 호기심 많고, 귀여운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해서 얻게 된 별명이다. 덤보는 커다란 귀와 서툰 동작 때문에 서커스단에서 놀림감이 됐지만 결국 친구 쥐 티모시 도움으로 하늘을 날게 되고, 큰 귀가 재산이 돼 서커스단의 스타가 된다. 전인지도 끝없는 호기심과 성실함으로 골프를 파고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즐겁고 신나는 골프’

전인지의 좌우명은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기’다.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야디지 북에 매일 똑같은 문구를 적은 뒤 주문을 외우듯 코스로 나가고 자신의 주문대로 하루하루를 즐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는 법. 전인지의 골프에는 특별함이 있다.

▲ 사람들은 전인지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있다. 반면 나만의 분명한 기준이 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나 큰 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아예 변화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었는데 골프를 하게 된 뒤 달라진 점인 것 같다."

▲ 고집이 센 편인가?
"고집이 매우 센 편이다. 어떤 일을 하려면 먼저 이해가 돼야 된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끝까지 질문을 해서 사람들이 힘들 때가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 골프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가?
"레슨을 받더라도 완전히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쉽게 고치지 않는 스타일이다. 왜 고쳐야 하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정리가 돼야 내 걸로 받아들이고 고친다."

▲ 2013년 투어에 데뷔해 해마다 1~2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무려 7승을 거두고 있다. 지난 해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나?
"그동안 변화를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회에 계속 나가야 했고 또 내 몸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힘들었다. 교정을 하다가도 대회 일정에 쫓기다 보면 어느 새 바꾸고, 돌아 오고가 반복됐었다. 하지만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ANA 인스피레이션을 치르고 난 뒤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 대회 때 샷이 정말 잘 됐는데 2m 이내 퍼트를 20개 정도 놓쳤다. ‘당장 퍼팅을 고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제 정말 바꿔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올 시즌 성적을 떠나 무조건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윙 플레인 때 클럽 헤드가 가파른 상태로 다운스윙을 시작하는 동작과 퍼팅 교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00% 확신을 가지고 노력했다."

▲ 연습량이 많은 편인가?
"될 때까지 무작정 하는 것 보다는 효율적으로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골프는 굉장히 변수가 많은 운동이다. 내가 이렇게 했을 때 이런 것들은 좋아질 수 있고, 반대로 나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서 내가 해야 할 것을 딱딱 집어 효율적으로 연습을 한다. 3,4시간 타석에서 벗어나지 않고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니다."

▲ 어린 시절에는 어땠나?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딱 있었다. 아빠는 막내딸이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어 하셨지만 나는 가방 하나까지도 맡기는 법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부터 독립적인 성향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매사에 빈틈이 없는 스타일인가?
"내가 나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웃음). 다만 성격이 대충하고 넘어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말한다."

▲ 좌우명이 있다면?
"‘즐겁고 신나게’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문구를 늘 야디지 북에 적어놓고 라운드 전에 보고 나간다. 골프도 즐겁고 신나게 할 때 잘 된다. 잘 안 되면 아예 클럽을 내려놓는다. 물론 성적이 잘 나왔다고 해서 즐겁고 신났던 것만은 아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대회를 치렀을 때 성적도 좋게 나오는 것 같다."

▲ 21살이지만 나이보다 성숙해 보인다. 맏며느리 삼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리는데.
"사람들이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고 그런 평가를 해주는 지 잘 모르겠다. 맏며느리 같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좋은 이야기인 것 같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사람들의 평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웃는다."

▲ 얼마 전 후원 브랜드의 모델로 나서 화제가 됐는데.
"바비 인형 컨셉으로 찍어야 해서 화장을 과도하게 했다. 너무 진하게 하니까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본연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러 명이 나온 사진 속 모델이 모두 나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0시간 넘는 촬영을 했는데 그 때 ‘연예인들이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전인지스러움은 무엇인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사람에게 나오는 이미지는 그 사람이 어떻게 꾸미고 뭘 하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인 것 같다. 나도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모습이 훨씬 전인지스럽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평소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액세서리도 잘 안 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도 잘 입지 않는다. 청바지, 티셔츠, 캐주얼, 하늘색 같은 심플한 것이 좋다. 7부 바지나 9부 바지 같은 애매한 기장, 애매한 컨셉은 좋아하지 않는다. 잘 어울리는 거랑 좋아하는 것은 좀 다르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심플함으로 딱 떨어지는 것 같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전인지 Profile
출생: 1994년 8월 10일 전북 군산
키: 175cm
소속: 하이트진로
취미: 맛집 탐방, 나노 블록 맞추기
이상형: 센스있고 매너있는 남자
좌우명: 신나고 재미있게 몰입하기
주요 경력
국가대표 2011년
프로 데뷔 2013년
통산 우승 11승
KLPGA 투어 8승
JLPGA 투어 2승(살롱파스컵, 일본여자오픈)
LPGA 투어 1승(US여자오픈)
*올 시즌 한·미·일 메이저 대회 석권,
한·미·일 내셔널 메이저 타이틀 대회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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