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우승 이경훈, 상금랭킹 1위 껑충
09.13 16:44

이경훈이 한국오픈에서 국내무대 첫 승을 거뒀다.
이경훈은 1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제58회 코오롱 한국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13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5타를 줄인 이경훈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2위 김민휘의 추격을 4타 차로 가볍게 따돌렸다.
201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확 후 프로로 전향한 이경훈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리고 2012년 나가시마시게오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국내무대에서는 우승을 하지 못했던 이경훈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30번째 경기 만에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이경훈은 3년2개월 만에 프로 대회 우승을 맛봤다. 지난 주 JGTO 후지산케이 클래식 준우승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쾌조의 샷감을 이어갔다. 또 우승상금 3억원을 더한 이경훈은 3억1500만원으로 상금 순위 1위로 뛰어 올랐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경훈은 전반에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갔다. 2번 홀 보기로 불안했지만 5번 홀(파5)에서 2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다시 격차를 벌렸다. 7언더파의 2타 차 2위 그룹이 7~9번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이경훈은 3연속 버디를 낚으며 5타 차까지 달아났다. 이 코스에서 가장 어렵게 플레이되는 9번 홀에서도 4m 버디 퍼트를 낚을 정도로 퍼트감이 좋았다.
하지만 코스가 어려운 한국오픈에서 항상 그랬듯 후반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예측 불허였다. 12번 홀에서 벙커 탈출에 실패한 이경훈이 보기를 적었고, 김민휘가 매섭게 추격했다. 김민휘는 14, 15번 홀에서 4m 이상의 버디 퍼트를 모두 집어 넣어 이경훈을 압박했다. 2타 차까지 좁혀졌지만 이경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절정의 샷감을 보였던 이경훈은 14번 홀에서 5m 버디를 솎아내며 다시 3타 차로 달아났다.
15번 홀에서 이경훈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내리막 어려운 라이에서 세컨드 샷을 해야 했는데 러프에서 절묘한 샷으로 그린에 안착했다. 언덕을 넘어 홀컵을 겨냥해야 하는 1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뒀다. 침착하게 라인을 읽고 스트로크를 한 볼은 언덕을 넘어서 천천히 구르더니 홀컵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기대하지 않았던 버디를 낚은 이경훈은 잇몸 미소를 드러내며 주먹을 쥐었다.
이경훈은 17번 홀에서도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위기를 맞았지만 정교한 샷으로 탈출했다. 앞을 가렸던 나무를 넘겨 레이업을 한 이경훈은 세 번째 샷을 핀 50cm 옆에 붙여 갤러리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결국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여유롭게 성공시킨 이경훈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2011년 공동 6위가 한국 오픈 최고 성적이었던 이경훈은 한국 오픈 세 번째 출전 만에 내셔널 타이틀을 차지했다. 코리안투어 최고 성적이 2013년 매경오픈 공동 4위였는데 이경훈은 정상에 오르며 활짝 웃었다.
이경훈은 “그토록 원했던 국내무대에서 우승해서 좋고 행복하다. 어제 잠도 못잘 정도로 상당히 간절했었다”고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혔다. 2010년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우승했던 영광도 재현했다. 그는 “당시 아시안게임 최종 선발전이 우정힐스에서 열렸다. 이틀 36홀씩 4라운드를 치렀는데 6언더파로 변진재를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와 올해 우승을 못해서 힘들었는데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에서 우승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경기력이 좋아진 원동력에 대해선 “드로 구질인데 상황에 따라서 페이드로 쳐야 할 때도 많다. 그래서 샷 메이킹 능력을 많이 키운 게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안투어와 중국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왕정훈이 6언더파로 이동민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나란히 올 시즌 1승씩 거두고 있는 문경준이 4언더파 공동 5위, 박재범이 3언더파 공동 7위에 올랐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