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골퍼 장동규 "올해 상금왕 노리겠다"
08.30 18:42

장동규가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장동규는 3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하늘코스에서 열린 KPGA 선수권에서 최다 언더파 신기록(24언더파)을 작성하며 국내 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해 일본 미즈노 오픈에서 1부 투어 첫 승을 거뒀던 그는 “항상 프로에 데뷔 후에 메이저 우승을 꿈꿔 왔다.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이뤄 첫 승 때보다 더 의미가 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동규는 2011년 4월 계단에서 넘어져 오른쪽 새끼손가락 골절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한 달간 철심을 박아야 할 정도로 불운이 닥쳤다. 하지만 장동규는 “재활을 하면서 계속 경기를 했다. 부상에 성적 부진이 겹쳤을 때 ‘내가 재능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계속 경험을 쌓으면서 멘털이 강해진 것 같다”라고 털어 놓았다. 장동규는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첫 승을 포함해 상금순위 13위 오르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는 “메이저도 우승했으니 올해 코리안투어 상금왕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더한 장동규는 1억6400만원으로 상금 순위 6위로 뛰어 올랐다. 상금랭킹 1위는 최진호로 2억6500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반기에 한국오픈과 신한동해오픈을 비롯해 큰 대회들이 아직 남아 있어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동규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감이 수준급이다. 그는 “단점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그래도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드라이버 정확도와 그린 적중률이다. 퍼트만 조금 더 좋아지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24언더파 기록 경신은 대회가 끝나고 알았다고 한다. 그는 “기록은 의식 안 하고 쳤고, 23언더파인 줄도 몰랐다. 끝나고 알았는데 가장 어려운 홀이라고 할 있는 17번 홀에서 집중해서 버디를 낚아서 가능했던 것 같다”며 “허인회 선수가 지난해 일본 투어에서 최다 언더파 기록(28언더파)을 세웠을 때 저도 그런 기록을 가졌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뤄져서 너무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장동규는 17번 홀에서 160야드를 남겨두고 8번 아이언으로 핀을 공략했고, 1.2m 버디를 낚으며 24언더파로 올라섰다.
남아공에서 유학한 것은 장동규 골프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골프와 공부를 병행하기 위해 남아공 유학을 갔다. 환경이 너무 좋고 가서 공부도 많이 했다. 잔디에서도 골프공으로 주로 장난을 쳤기 때문에 당시 감이 많이 생긴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안경을 쓴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렌즈는 바람이 불면 오히려 더 불편했다. 그래서 가벼운 안경을 찾았는데 마침 그에 맞는 걸 찾아서 불편함 없이 경기를 하고 있다. 이제 라인이 정확하게 보인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우승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시 힘줬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떨지 않고 이렇게 경기를 했다는 자체가 기쁘고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