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헨드, 국경 뛰어넘는 우정의 장타 대결
08.28 17:07

한국과 호주를 대표하는 장타자가 제대로 맞붙었다. 28일 영종도 스카이72 하늘 코스(7059야드)에서 열린 KPGA 선수권 대회 2라운드에서다.
허인회는 330야드를 거뜬히 날리는 선수다. 군 입대 후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비거리가 더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거리에 대한 욕심이 있고 드라이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는 1야드라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최대한 높이 티를 꼽기도 한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스콧 헨드도 만만치 않다. 유러피언투어 1승 포함 프로 통산 11승을 거둔 헨드는 지난 2004년 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 319.9야드로 외국 선수 최초로 장타왕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드라이브 샷을 400야드까지 날려 보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 장타왕 허인회와 PGA 투어까지 석권한 장타왕 헨드의 자존심 대결이라 볼 수 있다.
이날 둘 모두 드라이브 샷감이 좋았다. 샷은 거의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페어웨이를 향했다. 거리는 헨드가 조금 더 나갔다. 허인회도 “헨드가 나보다 10야드 정도 더 많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헨드는 346야드로 세팅된 파4 5번 홀에서 1온을 시도했다. 티샷이 살짝 오른쪽으로 휘면서 그린 옆 벙커에 들어갔다. 방향만 틀어지지 않았다면 충분히 이글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헨드는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그린 주변 굴곡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샷을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같은 홀에서 허인회의 샷은 그린에서 약 20야드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또 롱홀에서 시도한 모든 샷이 헨드보다 조금씩 짧았다.
허인회는 헨드의 장타를 의식했고 더 멀리 치고 싶었다. 그는 “헨드가 멀리 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인다. 자존심 대결인 것 같다”며 “전날 티샷을 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오늘은 최대한 힘을 빼고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헨드는 “허인회는 정말, 정말로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무서운 게 없는 듯 하다. 허인회와 함께 플레이를 펼치면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허인회가 자신을 의식한다는 말에 “나는 그런 게 전혀 없다. 허인회가 워낙 공격적인 스타일이라서 크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 재밌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허인회와 헨드는 절친한 사이다. 헨드는 허인회보다 14살이 많다. 6년 전부터 인연을 이어온 둘은 해외에서 만나면 연습 라운드를 같이 돌며 식사도 함께 한다고 했다.
골프에서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고 했다. 둘은 장타를 펑펑 날리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퍼트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인회는 “14번 홀 5m 거리에서 4퍼트를 범해 더블 보기를 적었다. 퍼터를 이것저것 바꿔서 사용하다보니 아직 감이 안왔다”고 말했다. 헨드도 “그린 경사를 제대로 읽지 못해 퍼트를 몇 개 놓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허인회는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를 엮어 2언더파로 중간합계 3언더파로 간신히 컷 통과했다. 헨드는 1타를 줄이며 6언더파를 쳤다.
이 코스는 상대적으로 전장이 짧다. 장타자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타자라도 코스 매니지먼트와 쇼트 게임에 신경 쓰면 무더기 언더파를 쏟아낼 수 있다. 허인회는 “이 코스는 전장이 짧아 장타자에게 유리하지만 쇼트 게임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다. 남은 2개 라운드에서 퍼트를 조금 더 신경 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헨드도 “공격적으로 플레이 하겠다. 그러나 몇 개 홀은 코스를 잘 파악한 뒤 영리하게 플레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