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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 '악연' 시작된 곳에서 입스 극복한다

08.28 14:32

김대섭은 2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하늘코스에서 열린 KPGA 선수권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로 본인의 시즌 최저타를 기록했다. [사진 KPGA]

입스(공포증)가 시작된 곳에 입스를 떨쳐낸다.

‘쇼트게임의 귀재’ 김대섭은 2013년 KPGA 선수권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선두 김형태와 1타 차였던 김대섭은 541야드의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2온을 노렸다.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버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티샷도 호쾌하게 잘 맞았다. 하지만 떨어진 지점을 가보니 러프에 빠져 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라이가 좋지 않았다. 최선의 샷을 했는데 최악의 결과가 나와서인지 김대섭은 크게 흔들렸고, 결국 트리플보기를 기록하며 우승에서 멀어졌다.

결과론이지만 김형태가 마지막 홀 보기를 하는 바람에 김대섭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파만 했더라도 연장전에 들어가서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다. 2012년 한국오픈에 개인 통산 10승을 올린 뒤 부진했던 김대섭은 2013년 KPGA 선수권을 우승 기회로 보고 욕심을 냈는데 물거품이 됐다. 또 이로 인해 드라이버 입스 증상도 찾아왔다. 최상의 결과를 기대했던 샷이 최악의 결과를 낳자 드라이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공포증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후 김대섭은 드라이버를 자신 있게 뽑아들지 못했다. 드라이버보다는 주로 3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 드라이버를 치더라도 심적인 안정을 위해 티를 최대한 낮게 꽂고 친다. 주로 스푼으로 티샷을 하다 보니 지난해와 올해 드라이브 샷 평균 거리도 260야드대에 머물고 있다. 원래 285야드의 드라이브 샷 거리를 보였던 김대섭은 “젊은 선수들이 300야드를 펑펑 날리는데 260야드를 보낸 후 아이언 샷을 하려 하니 아무래도 불리하다”라고 털어놓았다.

김대섭이 KPGA 선수권에서 2년 만에 입스 극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하늘코스에서 열린 함께 하는 KPGA 선수권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낚은 김대섭은 10언더파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김대섭은 역시 무보기 플레이로 7타를 줄인 이수민과 63타로 새로운 코스 레코드 기록을 세운 김성윤과 함께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태희와 장동규 등이 9언더파 공동 4위에 자리했다.

김대섭은 올 시즌 전반기 6개 대회에서 최고 성적이 18위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했다. 컷 탈락도 2차례 있었다. 드라이버에 퍼터까지 되지 않아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 평균 퍼트 수가 1.86개로 많았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김대섭은 첫 홀에서 버디를 낚더니 11번 홀(파4)에서는 샷 이글을 할 뻔했다. 핀 10cm 옆에 붙인 김대섭은 가볍게 연속 버디를 솎아냈다. 14번 홀(파4)부터는 3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16번 홀(파3)에서는 10m 롱 퍼트 버디도 들어갔다.

후반에 2타를 더 줄인 김대섭은 올 시즌 본인의 최저타수인 65타를 기록했다. 김대섭은 “KPGA 선수권에서 2승을 거두긴 했지만 2013년 대회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 김형태 프로가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할지는 정말 몰랐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뽑아야 된다고 해서 2온을 노렸는데 티샷이 러프에 빠져 트리플보기를 하고 말았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김대섭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에 머물렀다.

김대섭은 예전에도 드라이버 입스를 겪었다. 당시에도 티를 스푼칠 때처럼 낮게 꽂고 하는 방법으로 입스를 극복했는데 이번에도 그 방법을 쓰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에 몰입하면 죽도록 파고드는 외골수적인 성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입스 극복에 나서고 있다. 그는 “2개월간 휴식기 동안 드라이버가 안 된다고 해서 그것만 연습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하려 했고, 가족 여행도 다녀오면서 여유를 가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대섭은 대회 1~2라운드에서 드라이버로 8번 치는 등 전략적으로 코스를 공략하고 있다. 7059야드로 전장이 길지 않은 편이라 드라이버와 스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코스를 요리하고 있다. 그는 “드라이버가 연습 때는 잘 맞는데 경기 때는 아직까지 약간의 불안감이 있다. 쇼트 게임과 퍼트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재미있게 내 플레이를 하는데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바람 변수가 없고 코스가 부드러워 언더파가 속출하는 가운데 3언더파까지 컷 통과가 됐다. '올드 보이' 최광수는 2언더파로 1타 차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이 대회 6승을 챙겼던 최상호도 4오버파 공동 120위에 머물렀다.

JTBC골프가 대회 전 라운드를 매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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