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거운 우승컵 워너메이커 트로피 '웃픈 사연'
08.13 17:29

마스터스-그린재킷, 디 오픈-클라레 저그가 연상되듯 PGA챔피언십도 우승컵인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상징물이다.
PGA챔피언십이 돌아올 때마다 워너메이커 트로피의 무게가 화제다. 이 트로피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우승컵 중 하나다. 높이 71cm, 무게 12.3kg에 달한다. 지난해 테드 비숍 전 미국 PGA 회장이 챔피언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우승트로피를 건네면서 윗부분의 뚜껑이 바닥에 떨어질 뻔 했던 해프닝도 엄청난 무게 때문이었다. 당시 비숍 전 회장은 매킬로이에게 “윗부분이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1997년 대회 챔피언인 데이비스 러브 3세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무겁다. 이 트로피를 들 때는 어떻게 잡고 어떻게 키스 세리머니를 할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기자들조차도 워너메이커 트로피의 무게 때문에 한 손으로 들고 취하는 포즈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벌써 97회째를 맞은 대회니 만큼 워너메이커 트로피에 관한 웃픈 사연도 많다. 대회 창시자이자 백화점 재벌이었던 로드먼 워너메이커의 이름을 따서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됐다. 처음에는 우승자들이 진품 트로피를 1년간 보관한 뒤 반납하기로 했지만 분실 사건 등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1925년 월터 헤이건이 택시에서 트로피를 잃어버렸는데 5년 만에 겨우 되찾았다고 한다.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리는 대회라 웃지 못 할 사연도 있었다.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1963년 대회에서 잭 니클라우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잭 니클라우스는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수건으로 감싼 뒤에야 비로서 들어 올릴 수 있었다. 트로피가 가마솥처럼 달궈져 있어서 전통의 키스 세리머니도 할 수 없었다. 워너메이커 트로피는 텍사스의 강렬한 태양을 대회 기간 내내 받았던 터라 베이킹을 해도 될 만큼 온도가 올라갔다고 한다.
우승컵에는 역대 챔피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09년 타이거 우즈에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아 최초로 메이저 챔피언이 됐던 양용은의 이름도 있다. 당시 양용은은 우승 트로피 복제품을 가져와 국내팬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실물의 90% 정도로 축소된 복제품이었는데 그 무게도 11.5kg에 달했다. 복제품을 들어 올리며 우승의 감동을 재연했던 양용은은 “대회장에서 받은 실제 트로피는 더 무거워요”라며 활짝 웃기도 했다.
1991년 이 대회에서 메이저 첫 승을 차지한 ‘악동’ 존 댈리가 워너메이커 트로피에 맥주를 가득 채워 원샷을 한 믿기 어려운 일화도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