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② 20야드 더, 세계무대 향한 야심
08.10 09:00

이수민도 스피스처럼 큰 무대 경험을 쌓고 노력하다 보면 세계적인 경쟁력이 생길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최종 목적지인 PGA 투어로 가기 위해 이수민은 일본보다 유럽을 택할 예정이다. 아시안투어 시드를 가진 이수민은 올해 한국과 아시아를 오가며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방글라데시 오픈에서는 2위를 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안투어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파들이 많다.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의 공동 주관대회가 여러 개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이다. 거기서 잘 하면 안병훈 프로처럼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시련을 겪은 뒤 골프를 보는 시각이 진지해졌다. 멘토인 아버지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아버지는 “시련을 겪은 새가 더 높이, 멀리 날 수 있다”고 아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운동선수 생활을 했던 아버지의 조언이라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이수민은 예전처럼 무조건 장타로 승부하진 않는다.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격과 방어를 적절하게 버무려 필드를 요리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장타를 때려야만 공격적인 유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스피스처럼 장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공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고, 공격할 때와 수비적으로 가야할 때를 잘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퍼트 훈련에 공을 들이면서 어느 새 퍼트는 이수민의 장기가 됐다. “이제 짧은 퍼트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 소리를 칠 정도다. 이수민은 올 시즌 KPGA 코리안 투어에서 평균 퍼트 수 1.74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1.2m 거리의 퍼트 연습을 많이 한다. 원을 그리면서 퍼트 연습을 하는데 30개를 연속으로 성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퍼트 연습 방법이 있는데 주어진 미션을 모두 수행하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퍼트 비결은 ‘단순화’다. 그는 특별한 에이밍 방법을 활용하지 않고 감으로 라인을 읽고 보는 그대로 망설임 없이 친다.
반면 장기였던 드라이버는 요즘 고민거리다. 허리가 유연한 게 오히려 밸런스를 헤치고 있다. 다운스윙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가 돌아가는 탓에 헤드가 열려서 맞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그는 “쉬는 동안 골반 회전과 스윙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드라이버 입스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7, 8월 휴식기 동안 교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브 샷 거리도 늘려야 한다. 아마추어 때 300야드를 펑펑 때렸지만 최근에는 평균 285야드의 드라이브 샷 거리를 보이고 있다. 그는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20야드는 더 보내고 싶다. 멀리 보내야 경기가 수월해지고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 전향 후 첫 승을 올려 마음은 편해졌지만 아직 성에 차진 않는다. 이수민은 “후반기에 1승 더 해야 스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나. 1승 더 추가해서 팬들이 남자 골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면 신인상도 자연히 따라올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국 여자골프처럼 언젠가는 한국 남자골퍼 중에도 세계랭킹 1위가 나오지 않겠느냐”라며 의미심장한 말까지 덧붙였다.
이수민은 평소 청바지에 면 티셔츠를 즐겨 입는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이날은 색다른 모습에 도전했다. 상의 탈의로 숨겨진 몸매를 공개했고, 꽃을 들고 프러포즈를 앞둔 남자의 설렘을 표현하기도 했다. 강인한 남자를 컨셉트로 촬영을 하면서 ‘여심’을 흔드는 카리스마를 보였다.
포마드 헤어스타일도 처음 해봤다는 이수민은 “웃는 모습이 안 예쁘고 바보 같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웃는 게 너무 힘들었다. 3살 연상인 여자 친구에게도 아직 꽃을 준 적이 없는데 설렘까지 연기하려고 하니 어려웠다. 하지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이수민은 점점 유들유들해졌다. 그는 “어려웠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과제였다”고 했다. 세계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이수민의 앞날도 험난한 관문의 연속이겠지만 신예답게 과감하게 정면 돌파했으면 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