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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출전보다 가족', 골퍼들의 남다른 가족 사랑

08.10 08:43

박인비는 지난해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반려견 세미의 본떠 만든 헤드 커버를 하고 국가대항전에 나섰다.

프로 골퍼들이 골프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가족이다. 자신을 지금 그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가족을 위해서라면 대회도 기꺼이 포기하고 그들 곁을 지킨다. 심지어 반려견을 위해서 대회를 건너뛰기도 한다.

‘골프 여제’ 박인비는 13일부터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 출전을 포기했다. 원래 출전이 예정됐으나 17년 동안 기른 반려견 세미와 뜻 깊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불참을 결정했다. 세미는 박인비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아버지가 선물한 검정 코커스페니얼-진돗개 믹스견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박인비는 “17년간 속 한 번 썩인 적이 없었다. 강아지라기보다 가족”이라며 애잔함을 드러냈다.

세미는 항상 박인비와 경기를 함께 한다. 박인비는 2013년부터 세미를 본떠 만든 특별한 헤드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세미의 헤드 커버에서 드라이버를 꺼내면 힘이 난다고 했다. 2014년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도 “(남)기협 오빠와 캐디 브래드처럼 세미도 한 팀”이라며 세미 헤드 커버를 하고 출전하기도 했다.

지난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후에는 “5개월간 못 봤는데 한국에 갈 때까지 세미가 기다려준 것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개의 나이로 100세가 된 세미는 브리티시 여자오픈 기간에 발작을 일으켰고, 눈과 귀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가족이 말하지 않아 세미의 상황을 전혀 몰랐던 박인비는 10, 11일에는 온종일 세미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탱크’ 최경주는 장남 호준군의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건너뛴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주는 지난 6월 말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등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학 진학을 앞둔 아들이 출전하기로 한 아마추어 골프대회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그는 PGA 투어 대신 아들을 위한 코치 겸 캐디로 나섰다. 아들이 프로 골퍼의 길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대학 입학을 위해선 아마추어 대회 성적이 상당히 중요했다. 이로 인해 아버지로서 중요한 가치를 택한 최경주는 “아이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기고, 아버지 역할을 다해야만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PGA 투어에서도 가족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가정남’들이 있다. 필 미켈슨(미국)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9년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선고를 받자 수술을 위해 그해 디 오픈에 불참했다. 어머니도 유방암을 앓자 그는 유방암 치료 홍보대사를 맡아 모자에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의미하는 ‘핑크 리본’을 달고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미켈슨은 2010년 초에도 대회를 포기하고 가족 여행을 떠났다. 2013년 US오픈 개막 전날에는 딸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서 3800km를 날아 샌디에이고까지 날아가는 ‘딸 바보’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도 2005년과 2006년 유방암을 앓았던 아내를 위해 대회 출전을 최소화하며 간병에 힘썼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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