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대신 디 오픈에 온 최경주의 아이들
07.19 22:02

최경주 대신 최경주의 아이들이 왔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 오픈 챔피언십으로다.
디 오픈 챔피언십에 15번 출전했던 최경주는 올해 대회에는 나오지 못했다. 대신 최경주 재단 선수들을 보냈다. 디 오픈 공식 후원사인 두산은 국내 아마추어 선수 후원 일환으로 최경주 재단 꿈나무 선수 4명을 대회장에 초청했다. 재단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보다는 비교적 형편이 넉넉지 않은데 꿈과 희망이 큰 선수들을 주로 후원한다. 그런 아이들이 올드 코스에 오는 행운의 티켓을 잡았다.
재단의 에이스 격인 이재경(17)은 콩나물집 아들이다. “최경주 프로님도 여유 있게 골프를 하지 않은 것을 안다. 그런 선수가 더 크게 된다고 들었다. 이 대회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워가겠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처음 메이저 맛을 봤다. 미국에서 열리는 다른 메이저 대회들은 아무래도 미국 바깥 선수가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 열린 대회라는 뜻의 디 오픈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문호를 크게 개방한다.
일본 투어에서 뛰던 최경주가 1998년 디 오픈에 처음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에게 디 오픈 참가는 행운이었다. 그는 첫 출전에서 컷탈락했지만 이듬해 49위에 올랐고 최정상급 무대에서 겨뤄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15번 디 오픈에 나왔고 2007년엔 최종라운드 마지막 조에서 경기하기도 했다.
김하니(16)양은 “여름에 비행기 처음 타본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겨울에 전지훈련을 가보긴 했지만 여행다운 여행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꿈에 그리던 유럽을, 그것도 골프 성지에 온 것이 꿈처럼 기쁜 듯 “나는 행운을 가졌나 봐요”라고 말했다.
모두 다 행운을 성공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한다. 최경주는 큰 세상을 본 후 꿈을 가졌고 이를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최경주는 아이들에게도 “단순히 골프 대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야 할 골프 선수로서의 길을 계획하고 골프라는 스포츠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하면서 각오를 다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지윤(16)양은 조금 감상적이었다. “이 골프장에 벙커가 많은데 최프로님이 벙커샷을 아주 잘 하시잖아요. 코스를 다니면서 최프로님 응원하고 싶었는데, 우리 응원 받으면 더 잘 치실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요. 내년부터 꼭 다시 나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장태형(17)군은 “TV로만 보던 골프 성지라는 이 골프장에 직접 와 보니 감회가 새롭다. 여기서 경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훈련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최경주 프로님과 함께 경기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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