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골리앗 더스틴 존슨, 버티는 다윗 스피스
07.18 04:11

‘치타’ 더스틴 존슨이 도망갔다. 조던 스피스는 버티고 있다.
18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벌어진 디 오픈 챔피언십 2라운드. 새벽부터 강한 바람과 폭우가 쏟아졌다. 악천후가 일상이어서 웬만하면 경기를 하는 올드 코스에서 3시간 여 경기가 중단될 정도로 강한 비였다.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는 스피스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가 다 되어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1라운드 7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더스틴 존슨과 한 조였다. 날은 차가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해에서 점점 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7월 중순인데 선수들의 코가 빨개질 정도로 찬바람이 불었다.
174야드의 파 3인 11번홀. 올드 코스에서 바람이 가장 강한 곳이다. 이날은 슬라이스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세 선수는 300야드 드라이브가 아니라 2m도 안되는 파 퍼트를 앞에 두고 사투를 벌였다.
바람이 너무 강해 공이 움직일 것 같았기 때문에 세 선수 모두 조바심을 내며 어드레스를 했다 풀었다 했다. 어드레스했을 때 공이 움직이면 벌타를 받는다. 세 선수 모두 조심스럽게 기다리다 결국 결국 퍼트를 했지만 아무도 넣지 못했다. 모두 3퍼트를 하고 모두 보기를 했다.
스피스가 가장 괴로웠다. 그는 퍼트를 잘 하는 선수다. 3퍼트를 안 하는 선수다.
다음 홀은 벙커가 많다. 바람이 강해 조심해야 한다. 존슨은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지만 스피스는 화가 난 듯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벙커에 빠졌다. 스피스가 구렁텅이로 빠지는 듯도 했지만 벙커에서 그린에 바로 올려 파로 마무리했다.
존슨은 일몰로 현지 시각 10시경 경기를 중단할 때까지 10언더파다, 스피스는 5언더파로 5타 차가 났다. 스피스는 도망가는 존슨에 매달려 있다.
지난 달 열린 US오픈 마지막 홀에서 존슨은 3퍼트를 하는 바람에 스피스에게 우승을 내줬다. 존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피스가 그랜드슬램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남은 두 대회에 뛰니 어떤 일이 있을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두고 보자는 말 하는 사람 무섭지 않다지만 존슨은 뭔가 보여줬다. 첫날 7언더파로 선두에 나서더니 둘째 날에도 선두를 이어갔다. 때론 380야드까지 나가는 강력한 드라이버로 올드 코스를 점령했다.
4번 홀 버디에 이어 파 5인 5번 홀에서 간단히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7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냈다. 존슨은 3타를 줄였다. 10언더파로 대니 윌렛에 1타 차 단독 선두다. 스피스는 한 타도 줄이지 못해 5언더파에 머물고 있다.
존슨은 PGA 투어에서 버디를 가장 많이 잡는 공격적인 선수로 인기가 높다. 별명이 ‘치타’로 매우 빠르고 운동 능력이 좋다. 키가 1m93㎝이며 슬램덩크슛을 할 수 있는 탄력을 가지고 있다.
공을 가장 멀리 치는 선수 중 하나다. 존슨은 골리앗이다.
그러나 문제도 가끔 생긴다. 10대 시절 강도사건에 쓰인 총기를 구입한 일이 있다. 지난해에는 마약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일반 대회에서는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몇 차례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날려버리면서 압박감에 약한 선수라는 평가도 받는다.
스피스는 다윗이다. 평범한 체구이며 그린 주위에서의 정교함과 정신력으로 승부하는 선수다.
힘의 차이는 완연했다. 존슨은 드라이버로 웬만한 벙커를 다 넘겨버렸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존슨은 303야드, 스피스는 261야드로 42야드가 차이 났다. 그러나 거리가 모든 것은 아니었다. 9번 홀에서 존슨은 스피스보다 62야드를 더 보내 그린 근처까지 갔지만 정작 버디를 잡은 선수는 스피스였다.
스피스는 경기 전 “공을 멀리 치는 선수가 리더 보드 위에 있으면 더 도전 정신이 생긴다. 그들을 무서워해 본 적이 없고 그들 보다 더 빨리 홀에 공을 집어 넣을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스피스가 좋아하는 사냥감은 더스틴 존슨과 버바 왓슨, 로리 매킬로이 같은 장타자들이라고 한다.
그래도 5타 차는 크다. 존슨의 드라이버 샷감이 워낙 좋기 때문에 실제 숫자 보다 더 커보인다. 스피스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안병훈은 최종합계 2오버파, 양건은 6오버파로 컷탈락이 유력하다. 케빈 나는 1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컷 통과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교포 중에서는 대니 리가 3오버파를 쳤으며 제임스 한은 4오버파를 기록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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