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섭리 읽고 퍼터를 장기로 만든 이수민
06.25 15:14

“이제 퍼터가 장기가 됐어요.”
한국 남자골프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이수민이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수민은 원래 아이언 샷이 장기였는데 올해부터 무서운 몰아치기 능력을 뽐내며 상금랭킹 5위에 올라 있다.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이라는 프로무대의 섭리를 잘 읽고 성공적인 변신을 한 셈이다. 지난해 7월 프로 전향 후 투어 2년째를 맞은 이수민은 SK텔레콤 준우승을 포함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4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최악의 성적표는 넵스 헤리티지의 공동 19위였다.
이수민은 25일 전북 군산 골프장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 1라운드에서도 쾌조의 샷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를 친 이수민은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 31일 김휘수에서 이름을 바꾼 6언더파 단독 선두 김준성과는 2타 차다. 김태훈의 스승으로 알려진 전북 출신의 박영수가 5언더파로 서호석과 함께 공동 2위다.
2013년 아마추어로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이수민은 프로 신분으로도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김대섭(한국오픈) 이후 두 번째로 아마추어와 프로 신분으로 같은 대회 우승을 벼르고 있다. 1라운드 출발이 상당히 좋았고, 장기가 된 퍼트도 잘 떨어져 시즌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이수민은 첫 홀부터 물오른 퍼트감을 뽐냈다. 1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쏙 집어넣었다. 이후 서해 바닷가 바람에 드라이버가 흔들리면서 위기가 왔지만 퍼트로 잘 마무리하면서 꾸역꾸역 파 세이브를 잘 해나갔다. 후반에는 버디 4개를 솎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마지막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적으면서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5번 홀에서 6m 거리에서 3퍼트를 하면서 보기를 적은 게 옥에 티였다.
이수민은 “7주 연속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어 지난 주 바이네르 대회가 끝나고 조금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티샷이 잘 돼서 찬스가 많았고, 퍼트도 잘 떨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아마추어는 3라운드에서 얼떨결에 잘 맞아서 우승했는데 프로 신분으로도 우승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2013년 이 대회 3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로 코스 레코드를 세우며 놀라운 몰아치기 능력을 뽐냈던 이수민이다.
올해도 이수민의 몰아치기 능력은 돋보인다. 지난 5월 SK텔레콤 3라운드에서도 9언더파를 쳤고, 지난 주 바이네르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도 6언더파를 몰아쳤다. 이런 ‘버디 퍼레이드’ 능력 향상은 피나는 훈련 덕분이다. 훈련 방식도 실전처럼 긴장감을 주면서 연습했다고 한다. 이수민은 “예전에는 샷 훈련을 주로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3~4개월 동안 하루에 3~4시간씩 퍼트에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지산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배윤호 등 동료들과의 라운드에서도 내기를 하며 긴장감 있게 퍼트 훈련을 했다고 한다.
이수민의 퍼트 비결은 ‘단순화’다. 그는 “특별한 에이밍 방법을 활용하진 않는다. 복잡해지면 퍼트가 잘 되지 않더라”라고 설명했다. 주로 감으로 라인을 읽고 보는 그대로 망설임 없이 치는 스타일이다. 허인회의 퍼트 루틴과 비슷하다. 그는 “이제 쇼트 퍼트는 놓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퍼터가 잘 되다보니 경기 편차도 줄어들었다”라고 활짝 웃었다.
JTBC골프는 군산CC오픈 전 라운드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군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