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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칼럼-타이거 우즈의 패턴과 85타

06.08 15:19

우즈는 스윙 변화 패턴의 덫에 갇혀 있다. 새 패턴과 옛날 패턴의 혼란 속에서 우즈 고유의 스윙은 사라지는 듯하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타이거 우즈는 칩샷 뒤땅을 치면서 고전했다. “혹시 칩샷 입스?”라는 의견이 나왔을 때 우즈는 “입스가 아니라 예전의 스윙 패턴과 새로운 패턴 사이에서 생긴 혼란”이라고 했다. 그는 “곧 고쳐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우즈의 칩샷 뒤땅은 더욱 심해졌고 전문가들은 입스라고 진단을 내려버렸다. 기자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썼다. 입스의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즈는 지난 2월 “경기에 참가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기권하더니 9주 만에 마스터스에 돌아와서는 칩샷을 잘 했다. 기자는 매우 놀랐다.

예전처럼 우즈의 쇼트게임이 모차르트, 피카소 같지는 않았지만 수준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입스가 아니었다. 뇌의 신경 전달 세포의 혼란 상태인 입스라면 두 달 만에 확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칩샷 뒤땅으로 헤맬 때 우즈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믿음이 줄어들어 어느 정도는 멘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시작이 기술적인 것이기 때문에 해결책도 기술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우즈의 이 말이 맞았다.

우즈에게, 또 ‘우즈는 입스’라는 글을 읽은 독자에게 사과한다. 이 사과를 하는데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우즈가 입스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불꽃을 피워 볼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매우 반갑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우즈가 뒤땅을 치던 이유는 입스가 아니었는데 왜 입스처럼 보였을까. 왜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입스처럼 그의 뒤땅은 심각하고 공포스러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쇼트게임의 천재, 쇼트게임의 예술가 우즈가 왜 칩샷 뒤땅을 거푸 치면서 얼굴을 찡그려야 했을까.

우즈가 요즘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패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쓰던 스윙과 새 스윙의 패턴이 달라 최저점이 다르고 그래서 뒤땅이나 얇게 맞는 샷 등이 나온다는 것이다.

칩샷은 스윙의 기본이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 하는 ‘똑딱이’가 일종의 칩샷이다. 결과적으로 우즈는 현 코치(우즈는 컨설턴트라고 표현한다)인 크리스 코모와 만난 이후 몇 개월 동안 그걸 다시 한 것이 된다. 바둑으로 치면 이세돌이 실리선, 세력선 같은 기본부터 다시 배운 것이다.



코모의 이론은 생체역학을 기반으로 한다. 매우 참신했다. 생체역학은 공학적 사고나 기술을 응용해 인체의 역학적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골프 스윙은 사람 몸으로 하는 것이라 생체역학은 필수다. 문제는 그게 스윙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원 JTBC 골프 해설위원은 "골프스윙은 클럽을 통한 힘의 전달이기 때문에 물리학이며 클럽이 어느 위치에서 어느 경로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 힘의 유효성이 달라지는데 이건 기하학이다. 결국 골프는 생체역학 이외에도, 물리학, 기하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중 특정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도그마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하고 싶어도 몸이 못 따라갈 때가 있지만 몸이 할 수 있어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거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고 두려울 때도 있다. 앞에 것이 생체과학, 뒤에 것이 심리학 혹은 신경과학이다. 경험과 신경시스템이 몸을 지배하기 때문에 심리와 신경과학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골프의 90%는 심리학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는 것이다.

경험이 적다는 것도 문제였다. 코모가 스윙을 생체학적으로 접근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는 않다. 몇몇 스윙 교습가 밑에서 여러 이론을 배웠다지만 아직 나이는 서른일곱이다.

성공하려면 실패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또 다른 실패를 피할 수 있다. 코모는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었다. 필드 데이터가 적다. 그래서 여러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타이거 우즈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타이거는 또 다른 실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코모와 우즈의 협업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현재까지는 결과가 좋지 않다. 우즈는 프로가 되어 80대 타수를 세 번 쳤다. 한 번은 2002년 , 두 번은 올해다.

2002년 81타는 디 오픈에서 영국의 악천후 때문이었다. 올해 80대 타수 두 번은 날씨 탓을 할 수 없었다. 그 ‘패턴’ 때문이다. 올 1월 82타를 칠 때는 칩샷에서의 패턴 차이, 지난 7일 메모리얼 3라운드에서 85타를 칠 때는 드라이버 등 롱게임에서의 패턴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메모리얼 1라운드에서도 80대 타수가 나올 수도 있었다. 타이거다운 정신력과 쇼트게임으로 겨우 막아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최악의 타수가 나왔다.

코모에게 생체역학을 지도한 텍사스 여자 대학의 권영후 교수는 “코모는 다른 교습가들처럼 이론에 사람을 맞추지 않고 인간 몸의 역학 구조에 따라 각 사람에게 맞는 스윙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권 교수의 생각과 달리 코모가 생체역학이라는 틀에 사람을 맞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우즈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즈는 85타를 치기 직전인 1라운드 후 코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함께 하는 것에 계속 집중하겠다. 예전에도 옛날 패턴으로 경기를 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곤 했다. 문제를 해결(옛날 패턴을 지우고 현재 패턴에 적응)하는데 1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다 이후 4-5년 동안은 매우 잘 된다. 그 기간 중 20승 정도를 했다.”

이제 만 40을 눈앞에 둔 우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코모와 함께 한지 9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패턴을 해결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패턴 적응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다. 코모와 함께 하면서 우즈는 새로운 최악 기록을 두번이나 냈다.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기도 하다. 우즈 말대로 패턴 적응과 과정이라면 좋겠지만 우즈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

잭 니클라우스는 “타이거는 이 선생님에서 저 선생님에게 돌아다니고 있다. 우즈가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기 보다는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의 것들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즈 몸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제대로 아는 사람은 우즈 밖에 없다. 자신이 가진 것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우즈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미국의 선수 출신 방송 해설가 브랜든 챔블리는 “우즈는 예술가가 (싸구려) 기계공이 됐고, 자신의 천재성을 다른 사람(교습가)들의 생각과 바꿨다”고 말했다.

우즈가 예전처럼 세계 랭킹 1등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입스가 아니기 때문에 가끔 메이저 우승을 노려볼 수는 있다고 본다. 잭 니클라우스는 40대에 들어 메이저 3승을 했다. 마지막 우승은 46세였다. 벤 호건도 심한 다리 부상 속에서 메이저만 집중적으로 노려 40대에 3승을 했다.

현재 상태라면 우즈가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선수 시절 “80타를 치면서 투어에 어슬렁거리지 않겠다”고 했다. 정상을 다투지 못할 기량이라면 바로 물러나겠다는 뜻이었고 실제 그랬다. 1등 욕구가 강한 우즈도 80대 타수를 치는 건 그 자신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로선 우즈를 구해줄 사람은 부치 하먼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골프계의 주된 의견이다. 하먼은 그 선수가 가장 잘 될 때 데이터를 모아 놓고 그 개성에 맞추는 스타일이다. 예전에 우즈를 가르쳤기 때문에 우즈의 가장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즈의 천재적인 스윙의 본질을 알고 있다.

문제도 있다. 우즈는 하먼이 자신 이외의 다른 선수, 예를 들어 아담 스콧에 신경 쓰는 것을 싫어했다. 슈퍼스타로서 하먼을 독점하고 싶어 했다. 우즈가 하먼을 떠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하먼은 현재 필 미켈슨을 가르친다. 미켈슨은 우즈의 필사의 라이벌이었다. 우즈가 하먼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우즈가 미켈슨과 한 우산 속에 머물 수 있을까. 우즈는 모든 것을 발밑에 두고 굴복시키려는 맹수성을 접을 수 있을까. 혹은 마지막 불꽃을 피우기 위해 눈을 질끈 감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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