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넵스 1R 선두 "롱퍼터 못 써도 문제 없어"
06.04 15:32

롱퍼터를 쓰는 선수들이 넵스 헤리티지 2015를 접수했다.
처음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개최하는 경기 여주의 360도 골프장은 페어웨이 폭이 좁고 그린이 어려운 코스다. 파71, 7024야드로 전장이 길지 않은 코스라 그린 공략이 승부의 관건으로 꼽힌다. 그린 경사가 심한 코스에서 롱퍼터를 쓰는 선수들이 그린을 잘 요리하며 좋은 스코어를 적었다.
43.5인치 벨리 퍼터(배꼽에 대고 스트로크하는 퍼터)를 사용하는 이태희는 4일 경기 여주 360도 골프장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넵스 헤리티지 2015 1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버디 8개, 보기 1개를 엮은 이태희는 7언더파로 최민철 등 2위 그룹에 1타 차로 앞서 있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이태희는 아직까지 프로 우승이 없다. 준우승만 3차례했다. 이태희는 그 동안 3~4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냈었는데 이번에는 첫 날부터 경기를 잘 풀어내며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이태희는 벨리 퍼터로 ‘컴퓨터 퍼트’를 자랑했다. 이태희와 함께 라운드했던 최진호의 캐디는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쏙쏙 들어가더라”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실 이태희는 퍼트가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2006년부터 코리안투어에 뛴 뒤 2010년까지 일반 퍼터를 사용했는데 퍼트가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롱퍼터로 바꿨는데 효과를 봤다. 2013년에는 평균 퍼트 수 1.728개로 이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태희는 "롱퍼터가 확실히 안정감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도 퍼트감이 좋다. 이날 퍼트를 27개 밖에 하지 않았다. 17번째 홀인 8번 홀(파5)에서 3퍼트만 하지 않았어도 더 줄일 수 있었다. 이태희는 이 홀에서 3m 버디 기회를 잡고도 3퍼트를 했다. 버디 퍼트를 아쉽게 놓친 뒤 30cm 거리에서 탭인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친 게 홀컵을 돌고 나와 보기가 됐다. 동반자의 퍼트 라인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한발로만 어드레스를 취한 뒤 퍼트를 했고, 이날 유일하게 배꼽에 갖다 대지 않고 퍼트를 했는데 빗나가고 말았다. 이태희는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쳤는데 들어가지 않아 웃음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태희는 마지막 홀에서 4m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게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프로들은 2016년부터 규정상 롱퍼터를 쓸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일반 퍼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태희는 큰 걱정이 없다. 동계 훈련 때에는 항상 롱퍼터와 일반 퍼터를 같이 사용하며 감을 익히기 때문이다. 그는 “연습 때는 롱퍼터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거리나 방향이 일정하게 간다. 셋업 과정 등이 모두 똑 같은데 다만 몸에 대고 하는 것만 차이가 있어 다시 일반 퍼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특별히 적응기간은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50인치 길이의 브룸스틱 퍼터(가슴에 대고 스트로크하는 롱퍼터)를 쓰는 투어 2년 차 이경환도 4언더파 공동 7위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경환도 퍼트 입스가 온 뒤 롱퍼터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오른 신예다. 롱퍼터를 쓰고 난 후 2014 KPGA Q스쿨을 통과하면서 고교생 투어 프로가 된 그는 지난해 가까스로 시드 유지에도 성공했다.
이경환도 이태희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 마칠 때까지 롱퍼터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이경환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낚으며 4언더파를 기록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2m 버디를 깔끔하게 낚았다.
JTBC 골프는 대회 전 라운드를 낮 12시부터 생중계하고 있다.
여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