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문경준, 87번째 대회에서 첫 승
05.17 15:00

‘늦깎이 골퍼’ 문경준(33)이 87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문경준은 경기대 2학년 때 교양수업으로 골프 종목을 접한 후 골퍼의 길을 걸었던 늦깎이다. 골프 입문 2년 만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준회원 자격을 땄고, 또 다시 2년 만에 정회원이 됐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 생활을 했던 문경준은 탁월한 운동신경과 집중력으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KPGA 코리안투어에 합류했다. 지난해까지 85개 1부 투어 대회에서 준우승만 2차례했던 문경준은 프로 첫 승을 신고했다.
문경준은 17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지만 문경준은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잃는데 그쳐 김도훈 등 2언더파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선두에 2타 차 뒤진 5언더파로 출발한 문경준은 추격자로 편한 마음으로 쫓을 때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 선두 제이슨 노리스(호주)가 1번 홀 버디를 낚아 3타 차까지 타수가 벌어졌지만 차분하게 쫓아갔다. 2, 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문경준이 노리스가 연속 보기를 하면서 순위를 뒤집었다. 4m 이상의 버디 퍼트를 연속으로 홀컵에 떨어뜨린 문경준은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그러나 선두가 되면서 심리적으로 쫓기기 시작했다. 티샷이 계속 우측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이 나왔고, 짧은 퍼트를 계속해서 놓쳤다. 9번 홀(파5)에서 달아날 수 있는 1m 내리막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놓쳤다. 11번 홀에서 1m 파 퍼트를 빼서 추격을 허용했고, 12번 홀에서 1.5m 버디마저 놓치며 힘겨운 승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도 악전고투를 이어간 탓에 문경준에게 여전히 우승 기회가 있었다. 12번 홀까지 노리스와 5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린 문경준은 다시 마음을 잡았다. 13번 홀 2m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선두로 올라섰고, 14번 홀에서는 3m 어려운 버디를 낚으며 2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16번과 17번 홀에서도 티샷 미스가 나왔지만 경쟁자들이 압박감을 주지 못해 문경준은 편안하게 파를 잡았다. 17번 홀에서 4m 오르막 훅 라이의 파 퍼트를 성공시킨 문경준은 2위와 타수 차를 4타로 벌리며 사실상 우승을 결정 지었다. 18번 홀에서 티샷 미스 후 3온에 실패한 데다 그린 밖에서 굴린 퍼트가 언덕을 넘지 못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타수 차가 여유가 있어 트리플 보기에도 활짝 웃었다.
안선주 부부의 도움을 받은 김우찬은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서 최종합계 1오버파 공동 8위에 올랐다. 2004년부터 코리안투어를 뛰기 시작한 김우찬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골프 패밀리의 힘’을 보여줬다. 디펜딩 챔피언 박준원도 공동 8위에 올랐다.
최연소 출전자 이재경(15)은 4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기도 최종 합계 3오버파 공동 17위를 차지하며 아마추어 출전자 중 최고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최고령 최상호(60)는 6오버파 공동 26위로 대회를 마쳤다.
성남=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