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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에서 온 검은 머리 외국인 마르틴 김

04.23 14:20

마르틴 김 [JNA 한석규]

23일 열린 코리안 투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1라운드 오전 3언더파 69타로 한때 선두에 오른 마르틴 김(28)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국적은 아르헨티나이고 서양 이름이지만 얼굴은 딱 한국인이다.

마르틴 김은 원아시아 투어 시드로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나온 적은 있지만 순수 코리안 투어는 이날이 처음이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얼굴이 무척 밝았다.

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왔다. 아르헨티나의 상징인 탱고는 하나도 못한다지만 축구는 좋아한다. 리오넬 메시가 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경기, 아르헨티나 대표팀 경기를 열심히 본다고 한다. 부모님 김칠성씨는 14살 때 이민을 가 부동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골프를 한 건 13살때부터다. 국가대표를 8년이나 했다. 마르틴 김은 “아버지가 아마추어 1등이 안되면 프로로 전향하지 말라고 하셨다. 골프 한지 3년만에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남미 최고의 선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페루, 우루과이 아마챔피언십을 휩쓸었고, 2013년 프로로 전향해 한국으로 왔다. 지산 리조트에 머물면서 아시아 대회에 나갔다.

지난해 여름 중국 투어에서 시끄러운 사건이 있었다. 베이징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마르틴 김은 13언더파로 중국 선수와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마르틴 김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러프에서 샷을 하기 전 공 앞에 돌이 있어 뺐다. 연장전 상대인 중국 선수가 내가 돌이 아니라 모래를 빼냈다면서 사기라고 했다. 나는 그가 나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해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심판이 와서 돌이 아니라 모래라고 판정해서 내가 벌타를 받았다. 중국 선수가 앞서가게 되자 갤러리들이 박수를 치더라. 너무 화가 나서 상대에게 ‘이렇게 우승하고 싶냐’고 욕을 했다. 내가 빼낸 돌을 그에게 보여주려고 팔을 건드렸더니 내 얼굴을 때렸다. 둘 다 실격이 됐다. 결국 3등한 선수가 우승했다”고 말했다.

마르틴 김은 “여러 교훈을 얻었다. 골프는 젠틀맨의 게임인데 못 참은 것이 첫째 실수다. 두 번째는 뭘 하더라도 상대에게 물어보고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사람은 오해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느꼈다. 더 잘 쳤다면 연장에도 안 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르틴 김은 “오늘 첫 홀 드라이브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볼을 잃어버렸다. 시즌 첫 티샷이 로스트가 났지만 잘 참고 경기했고 상위권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장기는 드라이버라고 한다. “똑바로 멀리 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파 439야드인 13번 홀에서 이글을 했다. 103야드에서 56도 웨지로 홀인시켰다.

마르틴 김의 몸은 근육질이다. “하루에 한 시간 반 정도 무조건 운동을 한다. 대회 나오면 근처 헬스장을 찾아가고 그 것도 없으면 운동용 밴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골프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골프를 한다. 한국 대회가 많지는 않지만 잘 치면 되고, 앞으로 일본 시드도 받고, 잘 되면 미국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선수들 진짜 열심히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별로 열심히 안했는데 한국에 온 이후 열심히 하게 됐다. 한국 갤러리 수준이 중국 보다 높다. 제이슨 강, 안도은. 외국인만 있어. 한국말 못해서 불편해. 코리안 투어 처음.

포천=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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