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골프계의 '끝내기 홈런'
04.21 18:22

연장전에서 나온 김세영의 짜릿한 샷 이글은 야구로 치면 ‘끝내기 홈런’이라 할 수 있다.
김세영의 끝내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끝내기 쇼’였다. 롯데 챔피언십의 연장 첫 홀에서 154야드를 남겨두고 8번 아이언으로 휘둘렸던 게 두 번 바운드된 뒤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프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 짜릿한 순간이었다.
PGA 투어에서는 ‘끝내기 홈런’이 두 차례 정도 나왔다. 먼저 2004년 포드 챔피언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 출신의 그레이그 패리는 블루몬스터 골프장에서 스콧 버플랭크(미국)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패리는 김세영과 같이 연장 첫 홀에서 승부를 끝냈다. 다만 김세영과 달리 버플랭크에 이어 두 번째로 세컨드 샷을 했다. 파4 18번홀에서 버플랭크는 먼저 온그린에 성공했다. 패리는 176야드를 남겨두고 6번 아이언으로 힘껏 휘둘렸는데 핀 3m 옆에 떨어진 공은 그대로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그린을 향해 걸어 가고 있던 버플랭크도 갤러리의 환호성을 듣고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는 PGA 투어 사상 첫 연장 홀인원이 나왔다. 주인공은 조나단 버드(미국)다. 조단은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 캐머런 퍼시(호주)를 연장 끝에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차 연장전에서 버드는 파3 17번 홀에서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낚으며 숨 막히는 승부를 끝냈다.
‘끝내기 홈런’까지는 아니지만 김주연도 2005년 US 여자오픈에서 짜릿한 버디를 낚은 적이 있다. 김주연은 최종 라운드 18번 홀까지 공동 선두였다.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위기에 놓였으나 김주연은 경쟁자들의 힘을 빠지게 하는 벙커 샷 버디를 낚으며 메이저 퀸이 됐다. 2타 차 승리였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김세영의 샷 이글이 단연 으뜸이다. 18번 홀 칩인 파에 이어 두 번의 기적이 연속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