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노보기 행진, 100번째 홀에서 막혀
03.12 16:04

박인비의 노보기 행진이 100번째 홀에서 멈췄다.
박인비는 12일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잘 가다가 8번째 홀인 17번 홀(파4)에서 보기를 했다. 혼다 LPGA 타일랜드 3라운드부터 이어져왔던 노보기 행진은 정확히 100번째 홀에서 끊겼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박인비는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낚으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다 17번 홀에서 아쉽게 삐걱했다.
380야드로 길지 않은 파4인 17번 홀에서 박인비는 3번 우드로 티샷을 했고, 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렸다. 하지만 샷이 조금 당겨지면서 그린 왼쪽 벙커 주변에 떨어졌다. 벙커 턱이 높은 편이라 쉽지 않은 트러블 샷을 남겨뒀는데 세 번째 칩샷이 핀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5m 거리의 파 퍼트도 놓친 박인비는 브레이크가 있어 까다로웠던 1.2m 보기 퍼트는 침착하게 집어넣었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던 블랙스톤 코스(파73)에는 오전부터 초속 7m의 강풍이 불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바람이 잠잠해졌고, 초속 5m 정도까지 약해졌다. 오후에 출발했던 박인비에게 분명 호재였다. 샷감이 최고조인 박인비는 롱게임과 쇼트 게임 모두 안정적으로 풀어 나갔다. 드라이브 샷은 페어웨이를 놓친 적이 없었고, 아이언 샷은 러프에 빠지지도 않았다. 17번 홀에서 딱 한 차례 샷이 당겨졌던 게 대기록 도전에 발목을 잡았다.
기록 행진이 끊겨 맥이 풀릴만도 한데 박인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분풀이를 시원하게 했다. 박인비는 18번 홀(파5)에서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로 2온에 성공한 뒤 3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솎아내며 4언더파 단독 선두로 다시 도약했다. 박인비의 '무심 타법'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박인비는 이날 타이거 우즈가 보유하고 있던 110홀(2000년 벨 캐나디언 오픈 51홀-내셔널 카렌탈 클래식 59홀) 기록에 도전했다. 1라운드를 보기 없이 마치면 딱 110홀 노보기가 됐다. 박인비는 버바 왓슨의 100홀 기록(2006년 AT&T 페블비치 4개홀-크라이슬러 클래식 72홀-포드 챔피언십 24홀)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박인비의 노보기 기록 도전이 완전히 좌절된 게 아니다. 이번 대회는 LPGA 투어가 아닌 LET 대회다. 박인비는 26일부터 열리는 LPGA 투어 기아 클래식에서 기록 도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이커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