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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약속지키려 코스서는 이보미

03.06 09:15

'스마일 캔디' 이보미는 지난해 아버지와 이별하면서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슬픔을 딛고 다시 활짝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 르꼬끄골프 제공]

“아빠와의 마지막 약속이 상금왕이었어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015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일본 오키나와 류큐골프장.

이보미는 프로암 대회와 시상식을 마친 뒤 곧바로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한 시간 가까운 퍼트 연습 뒤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할 무렵에야 그린에서 벗어났다. 이보미는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렸다. 올 시즌 해야 할 일이 많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딱 1년 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스마일 캔디'라는 별명처럼 잘 웃던 그였지만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한 아버지 이석주(2014년 9월 작고)씨가 암 선고를 받으면서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았다. 대회를 포기할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통증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위한 샷을 날렸다. 이보미는 “지난 해 3번 우승을 했는데 그 때마다 아빠가 기뻐하시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상금왕을 꼭 해달라는 게 아빠의 마지막 이야기였다.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이보미는 올 시즌 슬픔을 딛고 다시 활짝 웃기 위해 지난 겨울을 알차게 보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스윙을 교정했고, 드라이버와 웨지 등 클럽도 교체했다. 이보미는 “상금랭킹 2위가 최고 성적이었는데 딱 2%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그 부족한 점을 채워야 2% 아쉬운 마음을 풀 수 있을 것 같아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큰 슬픔을 딛고 일어나면서 한결 성숙해졌다. 과거 자신을 위한 골프를 했다면 이제는 주위를 더 많이 돌아보게 됐다. 이보미는 “골프는 개인 운동이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족이 있고, 코치와 매니저의 희생이 있고, 팬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팬 서비스에 더 열심이다. 일본의 골프전문지 파골프의 한국인 기자 김명훈씨는 “이보미는 사비를 들여 팬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코스에서 나눠줄 만큼 팬 서비스가 최고다. 코스의 외교 사절”이라고 했다.

대회 때마다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이보미는 일본 선수보다도 인기가 많다. TV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고 CF도 찍는다. 이보미는 “지난해 팬들에게 큰 위로를 받으면서 다시 웃으면서 필드에 설 수 있었다. 골프도, 팬 서비스도 더 열심히 해서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오키나와=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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