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 홀에서 재현된 악몽에 다시 고개 떨군 조던 스피스
04.10 09:52

조던 스피스(미국)가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파3)의 악몽에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마스터스 최종일 경기. 스피스는 12번 홀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12번 홀은 스피스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다. 스피스는 지난 해 대회에서 9번 홀까지 5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다 이 홀에서 2번이나 샷을 해저드에 빠뜨린 끝에 규정보다 4타를 더 치는 쿼드러플 보기로 우승컵을 내줬다. 역전패 뒤 한 달 가량 클럽을 내려놓고 심신을 달래야 했을 만큼 역전패의 충격은 컸다.
스피스는 올해 대회를 앞두고 12번 홀에서 여러 차례 연습 라운드를 하며 트라우마를 떨쳐내려 했다. 이번 대회 1~3라운드에서는 모두 파를 적어내며 악몽을 서서히 지워가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의 더블보기로 그는 다시 고개를 떨궜다. 최종 합계 1언더파 공동 11위. 네 차례의 마스터스 성적표 중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다.
2014년 마스터스에 첫 출전한 스피스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대회에서는 최소타 타이 기록인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오거스타내셔널에 누구보다 강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대회에서는 1라운드 15번 홀(파5)의 쿼드러플 보기에 이어 최종 4라운드 12번 홀의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첫 날 3오버파 하위권으로 출발해 3라운드까지 4언더파 공동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최종일엔 지난 해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공동 선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에 2타 차로 출발한 스피스는 초반부터 전혀 그답지 않은 경기를 했다. 6번 홀까지 버디 1개를 잡고 보기는 3개를 쏟아내면서 2타를 잃었다. 9번 홀(파4)에서는 뒤땅성 어프로치 샷까지 나왔으나 파를 적어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멘 홀 직전 홀인 10번 홀에서도 보기를 한 스피스는 12번 홀 더블보기, 14번 홀에서도 보기를 쏟아내면서 TV 카메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후반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았지만 이미 그린재킷에서 거리가 멀어진 뒤였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