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의 100경기와 캐디의 뼈있는 한 마디
02.13 16:08

‘원더보이’ 조던 스피스(미국)가 예전의 위용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다.
스피스는 13일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최종 19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6년 5월 딘&델루카 인비테이셔널 이후 9개월 만에 우승 가뭄을 해소했다. 이번 대회는 마침 스피스가 PGA투어 회원이 된 뒤 치른 100번째 경기였다. 100번째 경기에서 그는 통산 9승째를 신고했다.
만 23세인 스피스는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만 24세 되기 전에 9승을 챙겼다. 우즈는 24세 이전에 PGA투어 15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우즈는 회원이 된 후 100경기 만에 무려 28승을 수확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100경기 기준으로 9승을 수확한 스피스보다 우즈는 무려 19승을 더 올린 셈이다.
스피스가 예전의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자골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랭킹 6위까지 떨어진 스피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 1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음 대회인 제네시스 오픈에서 우승하면 경쟁자들의 결과에 따라 세계랭킹 2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2015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속으로 제패하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갔던 스피스는 최근 분위기도 아주 좋다. 올 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3위-3위-9위-우승으로 톱10에서 밀려난 적이 없을 정도로 견고한 경기력을 드러내고 있다. 16개 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스피스는 “지금까지 치렀던 그 어떤 토너먼트보다 샷과 볼 스트라이킹이 잘 이뤄졌다.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퍼트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피스는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113개의 퍼트, 평균 퍼트 28.25개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버디는 23개로 가장 많이 뽑았고, 보기는 4개로 출전 선수 중 가장 적었다.
수치로도 스피스의 상승 곡선을 확인할 수 있다. 스피스는 평균 타수 67.31타,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 5.75개, 그린 적중률 80.56%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1.685개로 5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스피스는 1m 내 퍼트 성공률과 프린지에서의 스크램블링 성공률 역시 100%로 이 부문 1위다. 짧은 거리 퍼트를 쏙쏙 다 집어넣고 프린지에서 버디 혹은 파로 홀아웃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피스가 퍼터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스피스의 마스터스 우승 확률도 치솟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수퍼북에 따르면 지난 주 8배의 배당률이 6배로 줄어들었다. 배당률이 낮아진다는 건 우승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도박사들은 스피스의 마스터스 우승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스피스는 2015년 마스터스를 제패했고, 2016년에도 우승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아직 젊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 그는 “일반 선수들이 투어 20년간 겪었던 일을 지난 2년6개월 동안 다 경험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었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세계 1위 도전이 다음 목표”라고 덧붙였다.
스피스의 캐디 마이클 그렐러도 든든한 동반자다. 그렐러는 스피스가 냉정함 유지와 끈기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스피스는 “캐디가 오늘은 지루한 경기를 하라고 말했다. 지루한 경기는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승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6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스피스는 ‘지키는 골프’가 필요했고, 보기 없이 타수를 지키는 경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냉철한 수학 교사 출신인 그렐러는 스피스와 팀을 이뤄 세계랭킹 1위 탈환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