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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들 장타실력은 야구가 왕

11.10 09:47

박찬호의

“이얏!”
박찬호가 고함을 지르며 드라이브샷을 날렸다. 속도가 너무 빨라 캐디들도 공을 보지 못했다. 볼은 궤적 촬영을 위해 페어웨이에서 설치한 카메라를 훌쩍 넘겼다. 캐리(런을 제외한 날아간 거리) 284m(310야드)가 나왔다. 맞바람을 뚫고 나간 거리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의 4대 스포츠 스타 선수들이 골프로 일합을 겨뤘다. 선수들은 8일부터 9일까지 충남 아산의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SG골프 레전드 빅매치를 펼쳤다.

야구에서는 박찬호와 김선우 MBC 해설위원, 축구에서는 유상철 울산대 감독과 이천수 JTBC FOX 3 해설위원, 농구에서는 양희승과 김승현, 배구에서는 신진식 전 삼성화재 코치와 신선호 성균관대 감독이 참가했다.

대회는 팀별 9홀 매치플레이로 치러졌다. 8일 열린 4강전에서 야구는 배구에, 농구는 축구에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오후 치른 장타대회가 백미였다. 소문난 장타자 박찬호는 “내가 먼저 쳐 본 후 공이 페어웨이에 들어가면 그냥 (내가 우승한 것으로) 끝내고 안 들어가면 다른 사람도 쳐보자”라고 농담을 했다. 박찬호를 위협할 선수는 축구의 에이스 유상철과 농구의 양희승이 꼽혔다. 양희승은 박찬호에게 이겨보겠다고 열심히 연습을 했다. 골프장에 설치된 스크린골프에서 캐리 거리 약 245m를 기록했다.

실제 장타 대회에서는 긴장감 때문인지 그만큼 실력을 못냈다. 양희승은 221m를 유상철은 230m를 보냈다. 1m95cm로 참가자 중 최장신인 배구의 신선호가 233m를 쳤다. 야구가 강했다.

김선우가 244m로 다른 종목 선수들을 한 번에 추월했다. 마지막 타자는 박찬호. 처음 268m를 쳤으나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두 번씩 티샷을 할 수 있어 박찬호의 기회는 한 번 남았다.

그는 고함과 함께 티샷을 했고 공은 까마득하게 날아갔다. 너무 멀리 날아가 페어웨이를 넘어갔는데 주최측은 이를 인정하기로 했다.

계측을 한 트랙맨 코리아 관계자는 “맞바람을 감안하면 캐리 300m 정도를 기록한 것인데 이전에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타대회를 연 홀은 페어웨이가 티잉 그라운드보다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트랙맨 관계자는 “티잉그라운드와 같은 높이에 떨어질 때를 기준으로 쟀기 때문에 평지에서 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리막에 런까지 포함하면 실제 거리는 340m 정도가 될 것으로 골프장 관계자들은 봤다.

박찬호는 “제대로 걸렸다”면서 흐뭇해했고 저녁 회식에서 한우를 참가자들에게 샀다. 그는 장타가 좋냐 우승이 좋냐는 질문에 “투수로서 시속 100마일 던지는 것과 승리투수가 되는 것 중 무엇이 좋은가”라고 되물었다. 장타보다 이기는 것이 더 좋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농구와 치른 결승 마지막 홀에서 야구팀이 한 홀 차로 앞섰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평소 보다 강하게 티샷을 했다. 공은 왼쪽으로 OB가 났다. 이 홀에서 패하면서 연장전에 들어갔고 농구가 우승했다.

박찬호는 “어제 9번 홀에서 이글을 했다. 오늘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앞서가고 있을 때 더 침착해야 했는데 욕심을 내 OB가 났다. 이 욕심을 참는 게 실력인데 아직 모자란 것 같다. 마음이 쓰리다”고 말했다.

농구의 김승현이 가장 안정된 실력을 보였다. 김승현은 “골프는 멀리치기가 아니라 홀에 넣는 게임이고 농구도 바스켓에 넣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김승현은 최저타 기록이 4언더파 68타다.

장타에 대해서는 모두 야구를 인정했다. 양희승은 “일반적으로 농구 선수가 키가 더 크겠지만 야구 선수가 멀리 치더라”고 말했다. 야구의 라이벌 종목인 축구의 유상철은 “축구의 킥도 다리를 이용한 스윙이고 골프 스윙과 원리가 비슷하지만 야구 선수는 어릴 때부터 방망이를 가지고 놀지 않았는가. 야구 선수는 몸의 회전 같은 동작이 몸에 익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우는 “투구폼의 체중이동도 골프와 비슷하지만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채는 동작이 임팩트 때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신진식은 “배구의 스윙은 빠르게 움직이는 공을 순간적으로 치는데 골프하느라 가만히 멈춘 공을 10초 정도 보고 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나면서 제대로 스윙을 하기 어렵다. 배구 선수 중 장타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선호는 “스포츠 스타들이 결국 골프에서 만나는 것 같다. 야구 선수와 축구 선수가 야구로 겨룰 수 없으니 모두 가능한 골프를 통해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내년에 야구 대표로 이 대회에 다시 참가하기 위해 더 연습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회는 유소년 선수 육성과 골프 저변 확대를 위해 SG골프와 JTBC골프가 함께 만들었다.

아산=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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