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20대 2명, 국가대표라 속여 북한 골프대회 참가
11.03 14:55

20대 호주인 2명이 국가대표라고 속여 북한의 골프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했다고 호주 미디어들이 소개했다. 주인공은 호주 브리즈번에 사는 모건 루이그(28)와 에반 샤이(28)다. 대학 동창인 그들은 지난 10월 중국 여행 중 북한에서 아마추어 골프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는 장난으로 “국가대표인데 참가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덜썩 답장이 왔다.
루이그는 “그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우리를 받아줬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제대로 체크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루이그는 “들어갈 때 겁이 났다. 북한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폴로협회 회원들이 입는 녹색 재킷을 입었다. 북한 당국은 진짜 국가대표로 생각했다. 샤이는 “우리를 매우 환대했다”고 전했다.
북한 아마추어 챔피언십은 북한 전문 영국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대회다. 골프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참가하는 순수 아마추어 대회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다. 올해는 85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싱글 핸디캡 이상의 실력이 뛰어난 아마추어였다. 참가자들은 의무적으로 만수대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등에 방문했다.
루이그와 샤이는 골프를 거의 못한다. 장난으로 신청했다가 대회에도 출전한 그들은 첫 티샷부터 실력이 들통났다. 루이그는 120타를 쳤다. 그들은 북한 캐디로부터 “집안 망신시킨 줄 알아라”고 면박 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
대회가 열린 평양 골프장은 87년 만들어졌으며 김정일이 첫라운드에서 홀인원 11개를 하는 등 38언더파를 쳤다고 주장한 곳이다.
두 사람은 “무섭기도 했지만 재미가 있었다. 환상적인 북한 방문이었다. 앞으로 소말리아 같은 곳에서 이런 대회가 열리면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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