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매킬로이, 본인 주최 아이리시오픈 우승
05.23 01:30

로리 매킬로이가 기다리던 시즌 첫 우승을 거뒀다. 고국에서, 본인이 주최한 대회에서다.
매킬로이는 23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인근 K클럽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듀티프리 아이리시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를 쳤다. 합계 12언더파로 브래들리 드레지(웨일즈), 러셀 녹스(스코틀랜드)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 최종전 DP 월드 투어 챔피언십 이후 약 6개월 만의 우승이다. 매킬로이는 이날 4개의 파5 홀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를 잡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과감한 샷을 성공시키며 승부사적 기질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경기 초반 샷이 자꾸 왼쪽으로 감겼다. 4번 홀 버디를 잡았지만 6번 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질 뻔했고 보기를 적었다. 8번 홀에서도 9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뒤 클럽을 놔버렸다. 다행히 볼은 넓은 그린 왼쪽 끝에 떨어졌고 파 세이브를 했다.
9번 홀을 마친 뒤 우박이 쏟아지면서 경기가 1시간 가량 중단됐다. 이 사이 샷감을 가다듬은 매킬로이는 10번 홀 버디를 추가했지만 이어진 11번 홀에서 1m도 안 되는 파 퍼트가 홀을 돌아나와 보기를 기록했다.
러셀 녹스는 매킬로이가 주춤한 틈을 타 거세게 추격했다. 13번 홀까지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잡았고 보기는 1개만 하면서 따라붙었다. 14번 홀 7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녹스의 추격을 의식한 듯 15번 홀 매킬로이의 티샷이 좌측 숲 속에 빠졌다. 녹스는 세컨드 샷을 홀 1m 옆에 붙였고 버디를 잡아 드디어 매킬로이를 제쳤다. 매킬로이는 파 세이브를 했다.
16번 홀(파5)에서 매킬로이가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다. 녹스의 티샷이 벙커에 빠진 사이 매킬로이는 과감한 샷으로 2온에 성공했다. 대니 윌렛과 녹스, 매킬로이의 볼이 모두 비슷한 위치에 떨어졌는데 매킬로이가 마지막으로 퍼트를 했다. 윌렛과 녹스의 퍼트를 참고한 매킬로이는 이글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녹스는 1m 거리의 파 퍼트마저 놓쳐 다시 매킬로이가 단독 선두로 나섰다.
매킬로이는 17번 홀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18번 홀(파5) 세컨드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샷을 본 갤러리들은 환호했고, 매킬로이는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이글 퍼트는 가볍게 집어 넣었다.
마스터스 우승자 대니 윌렛은 마지막 날 부진했다. 버디는 없었고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했다. 지루한 파 세이브를 하다가 14~17번 홀에서 5타를 우수수 잃었다. 16번 홀 어프로치 샷이 해저드에 들어갔고 17번 홀 세컨드 샷도 물에 빠지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매킬로이는 최근 3년 간 컷 탈락하더니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전 “아이리시 오픈 우승컵을 아버지께 선물하고 싶다”던 목표를 이뤘다. 셰인 로리 이후 7년 만의 아일랜드 선수의 우승이다. 최근 부진하던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계기도 잡았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