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오른 왕정훈 "3주 연속 우승도 하고 싶다"
05.15 23:15

“3주 연속 우승도 하고 싶다.”
한국 선수 최초로 유럽 투어 2연승에 성공한 왕정훈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왕정훈은 15일(한국시간) 아프리카 모리셔스 아나히타의 포시즌스 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아프라시아 뱅크 모리셔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주 3타 차, 이번 주 1타 차를 뒤집고 역전 우승을 할 만큼 두둑한 배짱과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19일부터 열리는 아이리시 오픈은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마스터스 챔피언 대니 윌렛(잉글랜드), 전 세계랭킹 1위 마틴 카이머(독일) 등 유럽의 톱랭커들이 총 출동하는 빅 이벤트다. 2연승으로 자신감이 붙은 그는 “다음 주에는 정말 큰 대회고 처음으로 아일랜드에서 플레이를 하게 된다”며 “완전히 자신할 순 없지만 3주 연속 우승을 하고 싶다. 그리고 지난 2주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왕정훈은 15번 홀까지 3타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마지막 3개 홀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마지막 홀에서는 벙커 샷을 핀 1m 거리에 세워 버디를 낚았다. 그는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 오늘이 마치 내 생일인 것 같다”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운은 내 편이었다. 16번 홀 전까지 우승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퍼트를 놓쳐 우승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3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던 시디커 라만(방글라데시)가 16번 홀 더블보기, 17번 홀 보기를 적어 왕정훈에게 극적인 역전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1995년생인 왕정훈은 20세263일 만에 유러피언투어 2연승에 성공했다. 유럽 투어 역대 최연소 2연승 기록이다. 또 한국 선수로도 처음으로 한 시즌에 2승을 달성했다. 세계랭킹 24위인 안병훈도 유러피언투어 1승 밖에 없다. 왕정훈은 2016 시즌 유럽 투어 세 번째 다승자이기도 하다. 찰 슈워첼(남아공)과 대니 윌렛이 2승을 챙기고 있다.
세계랭킹 88위 왕정훈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70위 내로 진입할 전망이다. 43위 김경태에 이어 한국 올림픽 랭킹 3위로 뛰어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올림픽 랭킹 3위인 이수민(68위)은 이번 대회에서 59위로 부진해 왕정훈과 자리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왕정훈은 “올림픽에 진심으로 출전하고 싶다. 지난 주 전까지 올림픽 경쟁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정말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을 대표해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을 결정 지을 때까지 매 경기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때부터 한국을 떠나 ‘골프 노마드’ 생활을 했던 왕정훈이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멋진 드라마가 될 수 있다.
왕정훈의 아버지 왕영조씨는 “우승 후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많이 했고, 평상심 유지를 주문했다. 첫 우승이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고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왕정훈은 앞으로 유럽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