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이수민 "이제 올림픽이 최고 목표"
04.25 15:47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올림픽에서 풀겠다.”
수화기 넘어 들려온 이수민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수민은 25일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5일간 악천후 속 사투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선전 지역의 심볼인 황소 모양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수민은 “올림픽에 대한 목표가 더 뚜렷해졌다. 욕심이 더 생겼다. 올림픽에 출전해서 아시안게임에 못 출전한 아쉬움을 풀고 싶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수민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해 충격에 빠졌다. 2013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군산CC 오픈 정상에 오르는 등 기세를 올렸지만 예상치 못한 대표팀 탈락으로 첫 시련을 겪었다. 그래서 2014년 아시안게임 탈락은 생애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이수민은 “경쟁 선수들의 랭킹도 챙겨보고 있다. 앞선 두 명이 굉장한 선수지만 유럽 투어를 뛰면서 랭킹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획득하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28위인 이수민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75위 내로 뛰어 오를 전망이다. 안병훈이 31위, 김경태가 62위로 한국 남자 골프의 올림픽 랭킹 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랭킹 포인트 차가 얼마나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 사정권에 들어왔다. 일본 투어보다 랭킹 포인트가 높은 유럽 무대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다면 김경태를 앞지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수민은 “유럽 투어 시드를 확보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제 남은 시즌 최대 목표는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유럽 투어 대회를 중심으로 일정을 다시 짜고 있다. 유럽 투어에서 최대한 빨리 1승을 더 추가해 우승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수민은 메이뱅크 챔피언십 말레이시아 마지막 3홀에서 더블보기 2개를 범해 무너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16번 홀 버디로 단독선두가 됐고, 17번 홀 10m 이글 퍼트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는 “17번 홀에서 2온을 시키고 난 뒤 우승을 예감했다. 함께 경기를 했던 알렉산더 레비가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렸고, 다른 경쟁자들도 이 홀에서 버디를 낚지 못해서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슬라이스 라이였는데 스트로크을 했을 때 들어갈 것 같았다. 챔피언 퍼트가 들어갔을 때는 이전 대회의 아쉬움이 모두 씻겨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점도 많다. 기복이 심했고, 갑자기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 ‘유리 멘털’이라는 달갑지 않은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계속 집중해야 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예전에는 안 되면 포기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이제 밸런스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5일간 뇌우와 안개 등의 악천후로 경기가 파행 운영됐다. 이런 악조건에서 이수민은 침착함을 유지했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그는 “메이뱅크 때는 너무 많이 긴장했는데 이번에는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3라운드 때 더블보기가 나오면서 흔들렸는데 경기가 중단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다시 했다. 쉬는 동안 생각을 달리하는 등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든 것도 도움이 됐다. 이수민은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매일 골프장에서 10시간 이상 머무는 등 체력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후반에 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오후 9시에 바로 잠이 들었다. 7시간을 푹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마지막 날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수민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소화한 뒤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28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볼보 차이나 오픈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수민은 볼보 차이나 오픈 이후 국내에 들어와 매경오픈에 출전한 뒤 다음 달 12일 유럽 투어인 모리셔스 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