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에 분 아마추어 돌풍
04.09 10:15
오거스타내셔널에 아마추어 돌풍이 불었다.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돌풍의 핵이다.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 2라운드. 디섐보는 버디 6개를 잡고 트리플보기 1개, 보기 3개를 범하면서 이븐파를 적어냈다. 중간 합계 이븐파 공동 8위다.
디섐보는 아마추어로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첫 아마추어 그린재킷 주인공에 도전하고 있다.
1934년 창설된 마스터스는 출전 자격이 매우 까다롭다. 이번 대회에도 역대 우승자, 최근 5년 간 메이저 우승자, 세계랭킹 50위 등에 국한해 83명의 프로가 출전했다.
반면 아마추어 출전자는 6명이나 됐다. 아마추어 골퍼였던 창설자 보비 존스를 기리는 의미로 아마추어에게 보다 관대한 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디섐보는 지난 해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전통에 따라 1,2라운드에서 지난 해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2위인 조던 스피스(미국)와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전반 9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인 디섐보는 11번 홀에서 13번 홀로 이어지는 '아멘 코너'에서 2타를 더 줄여 돌풍을 일으켰다. 15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을 1.5m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그 때까지 스피스에게 1타 차 2위였다.
그러나 16번 홀(파3)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한 뒤 흐름이 좋지 않아졌다. 18번 홀(파4)에서는 치명적인 트리플보기가 나왔다. 티샷의 리듬이 평소보다 빨라져 왼쪽으로 당겨진 샷이 나왔는데 공을 찾지 못했다.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간 디섐보는 세 번째 샷을 다시 왼쪽으로 당겨쳐 깊은 러프에 빠뜨렸다. 네 번째 샷을 레이업한 뒤 5온, 2퍼트로 홀을 마쳤지만 순식간에 3타를 잃었다. 단독 선두 스피스와의 차이는 4타 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아직 승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경기 뒤 디섐보는 "다들 내가 긴장해 샷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 번의 샷 결과만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오늘 경험으로 내일 최고의 플레이를 하면 된다"고 했다.
올해로 80회 째인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우승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1947년 프랭크 스트라나한 등이 세 차례 준우승을 거둔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가장 최근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2005년 대회에서 15위에 오른 라이언 무어(미국)였다. 디섐보는 "아직 36홀이나 남았다.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디섐보는 남부감리교대학(SMU)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과학도다. 벤 호건을 연상시키는 모자 뿐 아니라 보비 존스처럼 모든 클럽의 길이가 같은 채를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섐보는 지난 해 미국대학스포츠(NCAA) 디비젼Ⅰ챔피언십과 US아마추어 챔피언십을 한 해에 모두 우승했다. 이 두 대회를 한 해에 우승한 건 잭 니클라우스, 필 미켈슨, 타이거 우즈, 라이언 무어(이상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디섐보는 이번 대회를 마친 뒤 다음 주 RBC 헤리티지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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