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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스피스에 상처 남긴 어린 왕자 송영한

02.01 09:10

송영한 [민수용]

세계랭킹 204위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미국)를 들러리 세우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송영한은 1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장(파71)에서 속계된 아시안 투어 SMBC 싱가포르 오픈 잔여경기 세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 버디 하나를 잡은 스피스를 한 타 차로 제압했다.

송영한은 4라운드 1언더파, 최종합계 12언더파, 스피스는 최종 11언더파로 2위다.

전날 낙뢰로 인해 마지막 홀 1.5m 버디 퍼트를 남겨두고 경기를 중단해야 했던 스피스는 “내일 다시 나와 우승하겠다”고 했다. 1일 아침 쉬운 퍼트를 무난히 성공시키면서 송영한을 압박했다.

송영한은 전날 16번 홀에서 3.5m 정도의 퍼트를 남겨두고 경기를 중단했다. 송영한은 “그 퍼트를 남겨 놓고 잠을 자려고 하니 암이 걸릴 것 같았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실패한다면 동타가 될 위기였다. 송영한은 “파 퍼트 거리가 3.5m 정도이고 오르막이었는데 잔디가 역결이어서 실수가 나올 수 있어 긴장됐으나 ‘모르겠다, 운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퍼트를 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송영한은 한국 남자 골프의 황금세대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안병훈(25.CJ), 노승열(25.나이키), 이경훈(25.CJ)RK 91년생으로 그의 동기다. 송영한은 그 중 돋보인다. 귀공자 같은 외모 때문이다. 별명이 어린 왕자다. 이 애칭처럼 나약한 이미지가 있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한 후 우승 기회는 많았는데 우승은 못하고 괴로움만 쌓였다. 2013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4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가 당시 아마추어 이창우에게 역전패했다. 그 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김도훈에 패했다.

국내에서 2위 3번, 일본에서도 준우승 3번이다. 이외에도 놓친 우승은 더 많다. 승부처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심리 치료도 받았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배짱을 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족했던 이 배짱이 얄궂게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를 상대로 할 때 나왔다. 송영한은 “상대가 스피스니 어차피 져도 본전이라고 생각하면서 쳤다. 그래도 승리가 걸린 마지막 홀 파 퍼트를 할 때는 정말 떨렸다”고 말했다.

송영한은 "올해의 목표가 1승 이었는데 첫 대회에서 나왔으니 올해 목표는 3승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어린 왕자는 세계랭킹 1위 스피스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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