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올림픽 메달 사냥의 가장 큰 적은 부담감"
01.30 10:17
올림픽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박세리가 한국의 가장 큰 적으로 부담감을 꼽았다.
박세리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오렌지 카운티 컨트리 센터에서 열린 PGA 용품쇼를 찾았다. 10여 년 만에 용품쇼에 왔다는 그는 “올림픽이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대한골프협회는 박세리의 여자대표팀 감독 선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골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후부터 감독직에 욕심냈던 박세리는 “선임이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아서 영광이었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후배들을 위해서 확실히 가야할 길이 정해졌고, 올해 저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여자대표팀의 금빛 사냥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그는 “한국 선수 중 톱랭커가 많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무서운 메달 경쟁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세계랭킹 2위 박인비를 비롯해 톱10 안에 무려 6명의 선수가 포진됐다. 이로 인해 올림픽 티켓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호령하다 보니 벌써부터 ‘한국이 금은동을 다 싹쓸이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박세리는 이런 기대감이 부담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언론이나 팬들의 기대감과 시선이 선수들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메이저나 일반 투어가 아니라 바로 올림픽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더 할 것이다.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게 감독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감독 선임이 발표된 후에도 후배들에게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다. 부담감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는 “제가 선임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후배도 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는 어려운 선배일 수 있다”며 “이제 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에 선수 본연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세리는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박세리는 2007년 렉서스 컵에서 캡틴으로 아시아팀을 이끈 적도 있다. 그는 “선수들의 스케줄 관리, 컨디션 조절 등이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숙소와 비행 스케줄, 음식 등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4월 중 박세리는 협회 관계자와 함께 올림픽이 열리는 바하 다 치주카 올림픽파크 골프 코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오는 3월 올림픽 코스에서 선수들의 연습 라운드를 허용했지만 박인비 등 톱랭커들은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한창 시즌 중이고 올림픽 출전이 확실히 정해진 선수가 드물기 때문에 감독이 대신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박세리는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돕는 게 저의 몫이다. 부상 없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세리가 감독을 맡고 ‘박세리 키즈’들이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자신을 보고 성장한 후배들을 이끌고 나가는 박세리에게도 올림픽은 남다르다. 그는 “전 세계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자체가 큰 의미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4년 동안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지만 초대 받는 자리다. 최상의 컨디션을 드러낼 수 있는 기간은 짧다. 선수들이 지금 갖고 있는 기량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세리는 JTBC 파운더스컵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올랜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