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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투어 이어 디오픈도 반바지 허용할까?

01.24 10:58

연습 라운드 반바지 착용이 허용되자 연습 라운드에서 자유롭게 반바지를 입고 플레이하는 매튜 피츠패트릭.[유러피언 투어 홈페이지]

1920년 미국 클레멘스컵 대회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철도회사 직원이 작업복이었던 청바지를 입고 나와 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청바지를 입은 직원은 티샷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쫓겨났다. 당시 클럽 담당자는 복장은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이며 최소한의 의무라는 이유로 그의 라운드를 불허했다. 그만큼 당시의 복장 규정은 엄격했다.

골프계가 변하고 있다. 지난 20일 유러피언 투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 대회에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키스 펠리 유러피언 투어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원했다. 반바지 착용은 골프가 현대화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규정은 엄격하게 유지하겠지만 젊은 선수들을 위한 패션 측면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도 24일(한국시간) 내년 디오픈 연습 라운드부터 반바지를 허용할 지 논의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디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다. 1860년 시작돼 1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R&A측은 "골프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통을 해쳐서는 안 된다. 두 가지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선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논의는 선수들의 주장으로 이뤄졌다. 지난 주 막을 내린 유라시아컵에서 유럽팀 단장을 맡은 대런 클라크는 말레이시아의 온도가 섭씨 35도~40도를 오가자 펠리 사무총장에게 "연습 라운드만이라도 반바지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펠리는 유라시아컵에서 한시적으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고,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유럽 투어 전체로 적용 범위를 늘렸다.

이에 대해 많은 선수들이 환영하는 눈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연습 라운드에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선수들은 더운 날씨에, 특히 연습할 때 반바지 입는 걸 좋아한다. 날씨를 봐서 나도 입을지도 모르겠다"며 새로운 규정을 환영했다.

조던 스피스(미국)도 "모두가 반바지 입는 걸 좋아한다. 불평하는 선수는 한 명도 못 봤다"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도 적용됐으면 좋겠다. 이 룰이 너무 늦게 정해진 것이 유일한 불만"이라고 했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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