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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잃을 뻔했던 레시먼의 해피엔딩

12.07 09:05

마크 레시먼이 6일 끝난 유러피언 투어 네드뱅크 골프 챌린지에서 19언더파로 최종 우승했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크 레시먼(호주)의 2015년은 파란만장했다.

레시먼은 올 시즌 첫 메이저인 마스터스를 앞두고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아내 오드리가 독성쇼크 증후군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5%에 불과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것. 마스터스를 포기하고 병원으로 달려간 레시먼은 나흘간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 곁을 지켰다. 그렇게 레시먼은 아내와 함께 병마와 싸웠다. 레시먼은 나흘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해 4.5kg이 빠졌지만 아내만 살아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레시먼의 정성과 기도 때문인지 아내는 기적적으로 완쾌했다. 그리고 레시먼은 3주 만에 다시 투어로 돌아왔다. 그렇게 2015년의 시작은 위태위태했다. 가까운 삼촌마저 생을 마감해 레시먼의 기분은 침통했다. 하지만 레시먼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꿋꿋이 잘 이겨냈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레시먼은 6일(한국시간) 남아공 선시티 게리 플레이어 골프장에서 끝난 유러피언 투어 네드뱅크 골프 챌린지에서 19언더파로 최종 우승했다. 생애 첫 유러피언 투어 우승이었고, 헨릭 스텐손(스웨덴)을 6타 차로 따돌리는 압승이었다.

레시먼은 이 우승으로 2005년 프로 전향 후 생애 최다 상금을 획득했다. 총상금 650만 달러(약 75억5000만원)가 걸린 올 시즌 마지막 빅 이벤트여서 우승 상금이 117만5000유로(약 14억9000만원)에 달했다. 종전까지 레시먼의 최다 상금은 PGA 투어 2012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우승 상금인 108만 달러(약 12억5000만원)였다. 레시먼은 잭팟에 가까운 상금을 들고 3주 전 이사한 새로운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레시먼은 “올해가 우승으로 마무리돼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위독했고, 가까운 삼촌을 잃는 등 시련도 많았던 터라 “훌륭했던 한 해는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내를 잃을 뻔했던 레시먼은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골프 클럽을 잡았다. 그리고 ‘보기를 해도 아내가 살아 돌아왔는데 뭐가 대수냐’라는 해탈의 마음가짐으로 투어를 뛰었고, 역대 최고 시즌을 만들었다. 레시먼은 비록 연장 접전 끝에 패하긴 했지만 디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메이저 최고 성적을 냈다. 디 오픈 준우승 상금도 9억4000만원에 달했다.

굴곡 심한 한 해를 보냈지만 네드뱅크 챌린지에서는 레시먼의 샷은 견고했다. 1타 차 불안한 선두로 출발한 레시먼은 3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1타를 잃었다. 다행히 2위 스텐손도 같은 홀에서 보기를 적었다. 이후 레시먼은 침착하게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7번 홀 버디로 스텐손과 격차를 3타로 벌렸고, 5개 버디를 더 추가하며 편한 마음으로 18번 홀에 들어서게 됐다. 스텐손에 5타 차 앞선 채 마지막 홀을 맞이했던 그는 “큰 쿠션을 안고 18번 홀을 걷는 기분은 정말 드문 경험”이라고 말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를 우승으로 마무리한 레시먼은 이제 미국 집으로 돌아가 가족으로 채워진 더 없이 편하고 따뜻한 쿠션을 안을 수 있게 됐다.

레시먼은 2006년 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면서 지산리조트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팬에게도 잘 알려져 더욱 정감이 간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초대 받았던 안병훈은 마지막 날 버디 4개를 뽑는 등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7언더파 8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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