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장 차' 매킬로이-윌렛 투어 챔피언십 1R '장군멍군'
11.19 22:04

살얼음판의 마지막 승부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대니 윌렛(잉글랜드)이 한 치 양보 없는 뜨거운 샷 대결을 펼쳤다.
1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주메이라 골프장(파72)에서 개막한 유러피언 투어 파이널 시리즈 최종 4차전인 DP 월드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1, 2위를 달리고 있는 매킬로이와 윌렛은 마지막 조로 함께 플레이했다. 1위 매킬로이와 윌렛의 포인트 차는 1613점에 불과하다. 3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우승을 하지 않는다면 유러피언 투어 상금왕은 1타 차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종이 한 장 차로 시즌 최후의 주인공이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윌렛과 매킬로이는 대회를 앞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올 시즌 22개 대회에 참가한 윌렛은 단 12개 대회를 소화한 매킬로이가 포인트 1위를 달리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게 탐탁지 않았다. 파이널 시리즈 이전까지 10개 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상금왕 타이틀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게 불합리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는 “7월 부상으로 2개월이나 투어를 건너뛰었고, 출전수도 나보다 절반 가까이 적은 매킬로이가 파이널 시리즈에 참가하고 있다. 매킬로이가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한 협회의 결정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돌려 불만을 토로했다.
또 윌렛은 13개 대회만 출전해도 유럽 투어 시드가 유지되는 규정 덕분에 매킬로이는 지난 주 파이널 시리즈 3차전을 건너 뛸 수 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한 주 쉰 매킬로이가 4주 연속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는 경쟁자보다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킬로이는 “가장 좋아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해준 협회에 감사한다. 적은 대회에 출전했지만 상금은 가장 많이 벌었다. 규정상 참가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윌렛은 8년 전 잉글리시 아마추어 챔피언십의 좋은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매킬로이를 1홀 남기고 2홀 차로 이겼고,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윌렛은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번 투어 챔피언십을 통해 8년 전처럼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2007년 워커컵에서 윌렛과 함께 플레이를 했던 매킬로이 역시 “2, 3위를 누가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내가 우승을 하면 최후의 승자가 되는 사실만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뜨거웠던 신경전처럼 이날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이 대회에서 지난 6년간 평균 68.3타를 기록했던 매킬로이가 먼저 앞서가면 윌렛이 따라가는 형국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둘은 우승컵을 놓고 매치플레이를 펼치듯 장군멍군을 치고 받았다. 매킬로이가 2번 홀 3m 버디로 먼저 앞서갔다. 윌렛은 올 시즌 평균 292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보였는데 이날은 매킬로이 못지않은 장타를 때리며 젖먹던 힘까지 내는 모습이었다. 어떤 홀에서는 같은 드라이버로 매킬로이보다 30야드 더 멀리 보내기도 했다.
윌렛은 샷이 들쭉날쭉 했지만 빼어난 리커버리 샷 능력을 뽐내며 매킬로이를 추격했다. 벙커에 빠지고 그린을 놓친 홀에서 윌렛은 환상적인 어프로치 샷으로 쉽게 버디를 만들어냈다. 11번 홀과 14번 홀이 그랬다. 3언더파로 동률을 이룬 둘은 가장 어렵게 플레이되는 16번 홀에서 340야드가 넘는 장타를 선보여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팽팽한 승부의 추는 18번 홀에서 깨질 듯보였다. 매킬로이가 세 번째 샷을 그린 앞 우측 벙커에 공을 빠뜨려 버디가 힘들어 보였다. 반면 윌렛은 핀 1.5m 옆에 샷을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턱이 자신의 허리보다 더 높았던 벙커에서 공을 홀에 쏙 집어넣으며 ‘두바이의 왕자’다운 위용을 뽐냈다. 동시에 퍼트를 남겨둔 윌렛을 압박했다. 그러나 윌렛은 마지막 퍼트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냈고, 결국 4언더파 동률로 1라운드를 마쳤다. 둘은 버디 5개, 보기 1개를 나란히 기록했다.
마틴 카이머(독일), 이안 폴터(잉글랜드) 등 4명이 공동 선두에 올랐다. 매킬로이와 윌렛은 2타 차 공동 6위다.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7위 안병훈은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 공동 23위에 자리했다.
JTBC골프는 이번 대회를 매일 오후 5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