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헐크 김봉섭, 살아난 장타
11.06 08:34

‘헐크’ 김봉섭이 다시 돌아왔다.
김봉섭은 2012년 309야드라는 평균 드라이브 샷으로 장타왕을 차지했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대표적인 몸짱으로 꼽힌다. 고3까지 축구를 하다 골프로 전향한 그는 허벅지 둘레가 한때 27인치에 달했을 정도로 튼실했다. 하지만 전반기에 헐크의 괴력이 실종됐다. 신장질환 때문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2개월간 매일 라운드와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는 등 몸을 혹사했고, 결국 탈이 났다.
잠도 4~5시간 밖에 자지 않을 정도로 무리한 탓에 신장이 나빠진 김봉섭은 4월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을 앞두고 입원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체력만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고, 샷감도 데뷔 후 가장 좋았기에 쉽게 포기가 안 됐다. 대회 출전을 강행했지만 무리하게 힘을 쓰다 보니 뒤땅이 빈번하게 나왔고, 손목도 시큰거려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김봉섭은 개막 2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시즌 세 번째 대회였던 SK텔레콤 2라운드 도중 기권한 그는 결국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일주일 입원 기간 동안 무려 7kg가 빠졌고, 근육도 줄어들었다.
신장질환으로 고생했던 김봉섭은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샷 286.03야드로 8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다시 무시무시한 장타를 뽐내며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봉섭은 5일 충남 태안 현대 더링스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2위로 마쳤다.
특히 김봉섭은 파5 홀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파5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가볍게 낚았고, 16번 홀에서는 2온에 성공했지만 3퍼트로 아쉬운 파를 적었다. 591야드의 5번 홀에서는 320야드의 장타를 날린 뒤 3번 우드로 2온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봉섭은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인 건 맞는데 바람이 변수”라고 말했다. 현대 더링스 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워터 해저드가 홀마다 길게 늘어섰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티샷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다.
신장질환으로 고생한 뒤 몸을 추스른 김봉섭은 후반기에 선전하면서 상금 순위 55위에 오르며 시드 유지에 성공했다. 그는 “시즌을 포기할까도 했지만 '시드만 유지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 예전의 80%의 몸 상태까지 끌어 올렸다. 올 시즌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70~80점을 줄 수 있는 시즌”이라고 설명했다.
몸 관리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시즌이기도 했다. 그는 “체력만은 자신 있다는 관념을 버리게 됐다. 이제 나이(32)가 있어서 몸을 푸는 데도 예전보다 2배의 시간이 걸린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연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내 몸부터 정확히 진단한 뒤 그에 맞는 체력 훈련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섭은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씩 신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직 투어 우승이 없기에 목표는 항상 같다. 김봉섭은 “2라운드에서는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의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JTBC골프는 이번 대회를 매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태안=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