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안병훈과 노승열의 각별한 우정
09.17 08:47

제31회 신한동해오픈이 열리는 베어즈 베스트 청라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의 연습 그린. 한국 골프를 대표하는 차세대 주자인 1991년생 동갑내기 안병훈과 노승열이 나란히 섰다. 뒤늦게 등장한 안병훈이 자연스럽게 노승열에게 다가갔다. 핸드메이드의 고가 퍼터를 사용하는 안병훈은 자신의 퍼터를 써보라고 노승열에게 권했다. 안병훈은 “퍼터가 좋은 것 같다. 한 번 스트로크를 해봐”라고 말했다. 노승열의 퍼터도 그립에 태극문양이 뚜렷이 새겨져 있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퍼터를 바꿔 몇 차례 스트로크를 한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습을 이어갔다.
스스럼없이 퍼터를 바꿔가며 연습을 한 둘은 각자의 퍼트 노하우에 대해서 얘기를 주고받았다. 노승열이 사용하는 실이 달린 도구를 활용한 퍼트 드릴도 공유했고, 정리하는 것도 도와주는 모습에서 둘의 친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병훈은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 자주 연락하며 편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노승열은 “서로 투어 생활에 바쁘다 보니 미국에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난다. 병훈이가 올랜도 집에 초대해서 밥도 함께 먹고 많은 얘기를 나눈다. 퍼팅 그린에서는 자신의 퍼터만 자랑하더라”라고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인터뷰 후 등을 맞댄 포즈로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1m80cm가 넘는 장신인 둘은 등을 맞대고 환하게 웃었다. 노승열은 1m87cm로 자신보다 신장도 덩치도 큰 안병훈에게 기댄 뒤 “침대처럼 푹신푹신하다”라며 농을 던졌다. 안병훈은 100kg의 가까운 육중한 체구를 지닌 반면 노승열은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졌다.
둘은 장타자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어렸을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다. 하지만 안병훈이 중학교 때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라이벌 의식 같은 건 없다고 했다. 노승열이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차곡차곡 밟아 나갔지만 안병훈이 먼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의 기록을 깨고 17세11개월의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것이다. 한중 핑퐁커플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외아들인 안병훈은 부모의 화려한 배경 덕분에 더 부각됐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노승열이 앞서 갔다. 노승열은 2010년 메이뱅크 말레이시안 오픈에서 유러피언투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그해 최연소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주목을 모았다.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도 빨랐다. 2011년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미국무대로 진출한 그는 첫 해부터 꾸준한 성적을 내며 연착륙했고, 2014년 취리히 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승도 수확했다.
반면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유럽으로 건너가야 했던 안병훈은 친구의 성공가도가 부러웠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유럽 2부 투어를 전전하며 기량을 닦은 안병훈도 PGA 투어를 꿈꾸며 힘든 투어 생활을 버텨나갔다. 올해 1부인 유러피언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 5월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유러피언투어의 메이저를 석권한 그는 17일 현재 세계랭킹 56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순위가 높은 위치에 있다.
둘은 2009년 한국오픈 이후 6년 만에 같은 무대에서 서게 됐다. 안병훈은 “한국 팬들을 오랜 만에 만나고 승열이와 함께 경기를 해서 설렌다”라고 말했다. 노승열도 “1년여 만에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유럽과 미국 투어에서 활약하는 대표 얼굴인 안병훈과 노승열은 아직까지 국내 대회 우승컵이 없다. 내심 우승을 바라고 있다. 노승열은 “한국 대회에서 우승이 없는데 한 번쯤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안병훈도 “프레지던츠컵 대표로 선발되지 못해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깨끗이 받아 들였다.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안병훈은 모처럼 가족의 응원을 받고 경기하는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JTBC골프는 대회 1~2라운드를 낮 12시, 3~4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청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