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매일유업 15언더파 이틀 연속 선두
09.04 14:02

‘미남 골퍼’ 이태희가 매일유업오픈에서 ‘악연 청산’에 나서고 있다.
이태희는 지난해 제1회 매일유업오픈에서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지난해 6오버파로 컷 탈락한 이태희에게는 아픈 기억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태희는 방송 화면에 딱 한 홀 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장면이 발목을 잡았다. 세미 프로 출신과 처음으로 캐디 호흡을 맞췄는데 1번 홀에서 짧은 거리의 파 퍼트 순간에 문제가 발생했다. 1라운드 후 2벌타를 받은 이태희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당시 비가 내려서 선수들은 우산을 쓰고 벗기를 반복해야 했다. 경기위원은 문제가 된 장면을 보여줬다. 리플레이 된 방송 화면 속에 캐디가 1번 홀 파 퍼트를 할 때 이태희에게 우산을 씌워 주고 있었다. 명백한 벌타 상황이었다. 이태희는 “당시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퍼트를 남겨두고 있어서 우산을 씌워 준 줄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이동하거나 어드레스를 하기 전까지는 우산을 써도 된다. 하지만 스트로크나 샷을 할 때 자신 외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비바람을 피하게 되면 2벌타를 받는다. 골프 규칙 14-2 a조항의 ‘물리적인 원조와 자연 현상의 비바람으로부터 보호’에서 선수는 물리적인 원조나 자연 현상의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상태에서 스트로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문제가 된 장면을 본 이태희는 어이가 없었다. 규칙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본인의 실수라고 생각하며 캐디에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태희는 “이렇게 벌타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1라운드부터 잘 풀리지 않아서 유성 골프장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넘겼다”고 털어놓았다. 황당한 벌타로 맥이 풀린 이태희는 2라운드에서 1타를 줄였지만 1라운드 7오버파의 타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지난해 매일유업오픈의 커트 라인은 3오버파였다.
지난해 아픈 기억이 있었기에 이태희는 긴장감을 안고 두 번째 매일유업오픈에 출전했다. 그리고 4일 2라운드에서도 버디 7개, 보기 2개를 엮어 5타를 줄이며 15언더파로 이틀 연속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이태희는 “긴장감을 가지고 대회에 출전했고, 최근 샷감이 좋아서 결과가 괜찮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로 코스 레코드 기록을 경신했던 이태희는 2라운드에서도 절정의 샷감을 이어나갔다.
1라운드에서 보기가 없었던 이태희는 전반에 버디 5개를 엮으며 단숨에 15언더파로 올라섰다. 하지만 대회 29번째 홀에서 노보기 행진이 끊겼다. 가장 쉽게 플레이 되는 2번 홀(파5)에서 샷 미스가 나왔다. 샷감이 너무 좋아 완벽하게 치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다.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으로 잘 보낸 그는 벙커를 넘겨 그린에 올리려 했는데 세컨드 샷이 감기면서 나무에 맞고 떨어졌다. 그리고 5온1퍼트로 보기를 했다. 이태희는 “너무 완벽한 그림을 그렸던 거 같다. 샷 미스가 나왔고 그때부터 잘 안 풀렸다”고 설명했다.
이태희는 첫 3퍼트도 했다. 지난 주 KPGA 선수권부터 5개 라운드 연속으로 3퍼트를 하지 않았던 이태희는 7번 홀(파3)에서 6m 거리 버디 퍼트가 너무 강해 2m 정도 지나갔고, 결국 3퍼트를 했다. 하지만 이태희는 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핀 20cm 내에 붙이며 가볍게 탭인 버디를 낚으며 15언더파로 마무리했다. 그는 “일본 대회를 포함해 4주 연속으로 대회를 하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점이 있다. 2라운드까지 잘 했기 때문 이번 대회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0년 상금왕 김대현이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어 7타를 줄이며 13언더파 공동 2위로 모처럼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됐다. 루키 이창우도 이날 버디만 7개 뽑아 13언더파로 올라섰다.
무명 정승환과 최연소 고교생 시드권자인 서형석이 12언더파 공동 4위에 자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황중곤이 10언더파, 상금랭킹 1위 최진호가 9언더파에 자리하는 등 강자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3라운드에서 선두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JTBC골프는 대회 전 라운드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유성=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