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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의 목소리 롭슨, 41년 잡은 마이크와 작별

07.16 10:12

1974년부터 41년 동안 디오픈의 1번 홀에서 선수들을 소개한 아이버 롭슨. 이번 대회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골프파일]

"It`s time to go(이제 갈 때가 됐다)"

41년 동안 디오픈의 목소리로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아이버 롭슨이 이번 144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롭슨은 1975년부터 '1번 홀 아나운서'로 활동해왔다. 그는 특유의 스코틀랜드식 강한 억양으로 'OO에서 온 OO!'라고 갤러리들에게 출전 선수를 소개해온 디오픈의 산증인이었다.

롭슨은 "다른 곳을 갈 수 없다. 이 곳 만큼 내게 환상적인 곳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15일 역대 챔피언들이 겨룬 챔피언 골퍼 챌린지에 나와 경기 시작을 알리기 전 "이제 갈 때가 됐다"고 말하며 은퇴를 예고했다.

롭슨의 은퇴는 전부터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매년 사람들이 내 은퇴를 물어보는데 조금 더 지켜보자"고만 해왔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 결정을 한 롭슨은 "나가면 그리울 것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힘들다. 내가 여기에 소속되어있고, 한 팀의 일부로서 많은 것이 그리울 것이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총 156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롭슨이 첫 선수부터 마지막 선수를 소개하는 데만 10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는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하고 살아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회를 진행하며 이름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그는 "1988년 출전한 나이지리아의 피터 아카카시아카라는 선수의 이름을 발음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롭슨은 "처음 이 이름을 보고 뭔가 싶었다. 갤러리들끼리 내가 얼마나 당황하는지 내기까지 했다고 하더라"고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첫 출전 선수인 경우 직접 선수에게 가서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롭슨은 '1번 홀 아나운서로' 첫 홀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다 봤던 것을 또 하나의 추억으로 떠올렸다. 1973년 대회 우승자 톰 웨이스코프가 1989년 1번 홀 티샷을 망친 이유도 그는 알고 있었다. 롭슨은 "당시 웨이스코프는 내게 악수를 청하더니 이번 대회가 자신의 은퇴 무대라고 했다"며 "그러고 나서 날린 드라이브 샷이 덤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티샷을 날릴 때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화를 전했다.

송규호 인턴 기자(고려대)
wolfgang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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