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디오픈1R +4 왓슨 "후회되는 건 끝이라는 사실뿐"
07.16 07:59
"바람이 있다면 일요일까지 경기해 스왈컨 브릿지(18번홀의 다리)를 건너는 거예요."
제 144회 디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의 올드 코스.
마지막 디오픈 출전을 앞둔 톰 왓슨(66)은 "75년 디오픈에 처음 출전했을 때 40년이나 이 대회에 나설 거란 것도, 5번이나 우승할 거라는 것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마지막 출전을 앞둔 기분을 묻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금요일 밤에 성대한 파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왓슨 만큼 디오픈과 끈끈한 인연을 가진 선수도 드물다. 왓슨은 75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 연장 끝에 잭 뉴튼(뉴질랜드)을 꺾고 우승했다. 77년 턴베리 대회에서는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1타 차로 물리쳤다. 80년 뮤어필드 대회에 이어 82년과 83년에 2년 연속 정상에 올라 디오픈 통산 5승을 거뒀다. 5승은 해리 바든(6승)에 이어 역대 최다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왓슨은 "사실 처음에는 링크스 코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겉잡을 수 없는 바람에 사방팔방 튀는 공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82년, 83년 대회에 우승을 하면서 링크스 코스에서의 플레이를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왓슨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75년 커누스티 대회를 꼽았다. 왓슨은 "일요일 아침은 비가 내리고 추운 날이었다. 숙소를 나서는데 작은 소녀가 은박에 싼 작은 스카치위스키병을 건넸다. 그걸 가방에 넣고 경기해 우승을 했고, 몇 년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행운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올해 66세인 왓슨은 지난 2009년 턴베리에서 열린 대회에서 연장 끝에 스튜어트 씽크에 이어 2위를 해 감동을 안겼다. 왓슨은 "턴베리 대회는 일생 동안 잊지 못할 대회가 될 것"이라며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다. 물론 이번 주에도 톱 10에 들고 싶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바람이 있다면 컷을 통과해 일요일까지 경기를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왓슨은 톱 10에 들 경우 이 대회 5년 출전권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왓슨은 더 이상의 디오픈 출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왓슨은 "내 드라이버는 예전같지 않다. 비거리가 현저히 떨어졌다. 롱 아이언도 좋지 않다. 내 도구함의 도구들은 나처럼 다 녹슨 상태"라며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이게 마지막이라는 사실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16일 디오픈 1라운드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왓슨은 버디 3개를 뽑았지만 더블보기 3개에 보기 1개를 범해 4오버파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반적으로 1라운드 스코어가 좋아 컷 통과가 어려워졌다.
한편 왓슨은 "내년부터는 시니어 브리티시오픈에만 출전할 것"이라며 디오픈과 작별을 예고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