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도끼 찾았다” 디 오픈 최고 다크호스 대니 리
07.15 15:52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당연히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조던 스피스다. 이외 여러 선수들이 주목 받고 있지만 다크 호스는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한국이름 이진명)다. 대니 리의 디 오픈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영국 스포츠 도박회사들의 배당은 150배에서 175배다. 스피스(6배)에 비해 25배 이상 크다. 그만큼 우승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거다.
그러나 요즘 대니 리는 스피스에 버금가게 뜨겁다. 이번 시즌 전체로 보면 평범하지만 최근 8개 라운드에서 모두 60대 타수를 쳤다. 평균 66.5타다. 2008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오랫동안 조용히 지낸 그는 2주 전 PGA 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했고, 지난 주 존 디어 클래식에서는 공동 3위를 했다. 존 디어 클래식에선 마지막 라운드 벌타를 받는 바람에 한 타 차로 연장에 가지 못했다.
전날 비 때문에 페어웨이에서 공을 집어 닦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게 4라운드에도 있다고 착각해 4번 홀에서 공을 만졌다가 벌타를 받았다. 벌타가 없었다면 연장에 갈 수 있었다. 그랬다면 샷 컨디션으로 봤을 때 우승자는 조던 스피스가 아니라 대니 리가 됐을 수도 있다. 대니 리가 2연승의 기록으로 화려하게 골프 성지에 입성할 수도 있었다.
물론 지난 일에 대한 가정은 부질없는 일이다. 대니 리는 미래를 보고 있다. 진지하게 이번 대회 우승을 생각하고 있었다.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15일(한국시간) 대니 리를 만났다.
Q. 벌타 때문에 한 타 차로 연장에 가지 못했다.
"그 한 타가 그렇게 클 줄 몰랐다. 큰 실수였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니 잊고 앞을 보고 가겠다."
Q. 스피스와 연장에 갔다면 어땠을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요즘 샷이 매우 좋고 나는 자신감이 있다."
Q. 갑자기 뛰어난 성적을 내는 이유가 뭔가.
“지난해 푸에르토리코에서 우승할 때 집게그립으로 바꾼 후 퍼터가 잘 된다. 새로운 코치 드류 스테컬을 만나면서 샷도 좋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곧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4라운드 중 한 두 라운드 경기를 망치면서 우승을 못했다. 그린브라이어 직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가 말썽을 부렸다. OB가 자꾸 났다. 화가 나서 드라이버를 갤러리에게 줘버리고 용품 후원사인 캘러웨이에 잘 맞는 드라이버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드라이버로 약 1000개의 샷을 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드라이버(XR 9.0도)를 찾았다. 잘 맞지 않아도 페어웨이에는 가는 드라이버를 찾았다. 이후 두 경기에서 성적이 좋았다.”
Q. 황금도끼가 된 것 같다.
“그렇다. 절대 잊어버리면 안 되고 부러뜨려도 안 된다. 드라이버는 스펙이 똑같아도 조금씩 다르다. 찾기 힘든 매우 귀중한 드라이버다.”
Q. 이번 주에도 잘 맞는가.
“그렇다 잘 맞고 있다. 아직 시차적응이 잘 안된 상태인데 경기 전까지는 잘 될 것이다.”
Q. 이번 대회가 PGA 투어 100번째 대회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100번째 대회를 맞는 것이 특별하다. 내 98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는데 100번째 대회가 메이저대회이고 골프 성지에서 우승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Q. 링크스(영국의 바닷가 골프장) 경험이 있는가.
"내가 자란 뉴질랜드 골프장도 링크스 스타일이 많다. 바람도 많다. 올드 코스는 처음이지만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Q. 타이거 우즈는 올드 코스는 바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골프장이 된다고 했다.
"알고 있다. 바람 불 때 스윙이 빨라지는 것만 참아내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요일에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안 좋다고 한다. 우승 경쟁의 열쇠가 되는 날이 될 거라고 본다."
Q. 벌써 금요일을 생각한다면 컷탈락 걱정은 안 하는 건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컷 떨어질 걱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
Q. 진지하게 우승을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 한 번 우승한 후 이제 메이저 대회와 월드골프 챔피언십 등에 집중하려 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메이저에 얼마 만에 나오나.
"올해 US오픈 나갔다. 그 전에는 2009년 마스터스가 마지막이었다. US오픈에서도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
Q. 2009년 유러피언투어 조니 워커 클래식에서 10대 아마추어로서 우승할 때 샷이 매우 좋았다.
“그랬다. 당시엔 자신감이 넘쳤다.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면 거의 1등이었고 프로대회 나가서도 부담 없이 쳐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프로가 된 후 부담감에 조금씩 성적이 안 났고 자신감을 잃었다.”
Q. 6년 동안 고생 많이 했겠다.
"PGA 투어에 올라왔다가 카드를 잃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해도 안 되는 것 같고 실망감이 너무 컸다. 골프가 너무 싫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재능이 있으니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 해 주신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은 정신적으로도 많이 좋아졌다.”
Q. 함께 경기한 조던 스피스의 실력은 어떤가.
“존 디어 클래식에서 첫날 오버파를 치고도 최종 20언더파를 친 걸 보면 대단한 선수다. 선수로서 겸손하고 열심히 하는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선수다.”
Q. 스피스와 매킬로이를 비교하면 어떤가.
"경기 스타일이 다르다. 매킬로이는 장타에 공을 똑바로 친다. 스피스의 샷거리는 나와 비슷하다. 아주 똑바로 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린 주위에서 웨지와 퍼터가 매우 좋다. 매킬로이도 쇼트게임이 좋긴 한데 스피스만큼 잘 하지는 않는다."
Q. 당신은 스피스와 샷거리가 비슷한데 요즘 공을 더 똑바로 치며 쇼트게임도 정상급이다.
"나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있다."
Q.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꼭 나가고 싶은 이유가 뭔가.
"내가 태어난 곳이 한국이다. 뉴질랜드에서 컸지만 한국인으로 자랐다. 내 국적이 뉴질랜드라도 딱 보면 외모로 한국사람 아닌가. 부모님은 집에서는 한국말만 하라고 했다. 할머니, 부모님 다 한국 사람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한국과 같은 팀인 인터내셔널팀으로 뛰고 싶다. 한국에서 뛴다면 영광이다. 프레지던츠컵 포인트를 쌓기 위해 힘들어도 대회에 많이 출전했다.”
Q. 지금 뉴질랜드 최고 남자 골퍼다. 뉴질랜드에서 리디아 고와 대니 리 중 누가 더 인기가 있는가.
“리디아 고 일 것이다. 만나지는 못하고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Q. 조언 같은 걸 하나.
"리디아 고가 아주 잘 하고 있어 내가 조언할 게 없다. 그냥 안부 정도다.”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