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최홍림 "프로 대회 체력 하나 없이 마라톤 뛰는 꼴"
07.02 09:11

개그맨 출신 방송인 최홍림(50)이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만 50세 이상) 시드권자로 프로 대회에 출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만 50세가 되면서 챔피언스투어 Q스쿨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최홍림은 42위를 차지하며 한 번에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지난 5월 개막전인 KPGA 챔피언스투어 1회 대회 1라운드에서는 깜짝 선두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첫 대회를 공동 15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친 그는 자신감이 붙었고 ‘별 거 아니구나’라는 안일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대회에 이어 지난 1일 루마썬팅배 KPGA 시니어 선수권 대회 2라운드에서도 컷 탈락하자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최홍림은 “연예인들의 프로 대회 도전은 체력적인 준비 하나 없이 마라톤을 뛰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오버페이스로 인해 결국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32살의 나이로 늦게 골프에 입문했지만 2001년 KPGA 준회원 자격을 획득하며 승승장구했던 그에게 골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의 높은 벽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그는 “내 골프에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녹아 있다. 연예인으로 골프를 접할 때 희와 락이 있다. 하지만 프로 선수로서 골프를 접할 때는 노와 애를 느낀다”라고 털어놓았다.
루마썬팅배 KPGA 시니어 선수권에서 최홍림은 7오버파 공동 90위에 머물렀다. 상위 50명에게 돌아가는 컷 통과에 실패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내 골프는 ‘우락부락’이었다”라고 탄식했다.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났고, 퍼트가 잘 떨어지지 않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얻은 게 많았다. 그는 “베테랑 프로들은 확실히 달랐다. 침착함과 신중함 등을 많이 배웠다”며 “TV로 방송을 봤을 때 프로들이 그린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슬로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앞과 뒤에서만 한 번씩 보고 퍼트를 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프로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쓴 뒤 그린 플레이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스코어의 차이는 결국 그린 주변에서 얼마나 침착하고 신중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홍림은 최경주와 케빈 나, 최상호 등 한국의 톱골퍼들과 대부분 라운드를 해봤다고 한다. 만 60세에도 여전히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최상호가 롤모델이다. 그는 “최상호 프로님은 모든 면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최경주 프로님은 ‘덤비지 마라’는 진리를 심어줬다”며 “최광수 프로님은 10년 전 KPGA 코리안투어에서 우승을 하는 등 최고의 위치에서도 나에게 어프로치 방법을 물어보고 배우더라.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고, 이런 자세와 겸손이 확실히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최홍림은 방송 스케줄 등으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다. 주위의 시선도 신경 쓰여 그는 3개월 전에 평행봉을 사서 집에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많이는 못하고 한번에 20개씩, 하루에 100개 정도 한다. 근력이 좋아져서 최근에 비거리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홍림은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가 260야드라고 했다. 챔피언스투어 선수 중에서도 중상위권으로 거리가 많이 나가는 편이다. 또 최홍림은 중장거리 퍼트가 장기라고 내세웠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센추리21 골프장에서 기록한 9언더파 63타. 공식 대회 베스트는 2001년 준회원 테스트 당시 기록한 6언더파 66타다.
연예인 중에서는 홍요섭 이후 두 번째로 챔피언스투어에 참가하고 있는 그는 프로 테스트에 도전하는 연예인들을 만류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개그맨 김국진씨가 나의 오랜 적수다. 둘이 치면 6대4 정도로 제가 이기는 편이다. 연예인들이 프로 테스트에 많이 응하고 있는데 그냥 아마추어처럼 골프를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이곳 프로 세계에 들어오면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화병날 것 같은 나날의 연속”이라고 고백했다.
챔피언스투어에서는 막내인 최홍림은 화려한 의상을 고집한다. 이유가 있다. 그는 “챔피언스투어라 하면 칙칙한 분위기가 조금 있다. 제가 화려한 의상을 계속 입으면 다른 프로님들도 조금씩 밝은 의상을 입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챔피언스투어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