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량 백석현, US오픈 출전 '뚱뚱해도 괜찮아'
05.28 07:49

‘빅맨’ 백석현(25)이 US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티켓이다.
한국 선수 중 최중량 골퍼인 백석현은 지난 25일 일본 오카야마현 기노조GC에서 열린 2015 US오픈 일본 지역 예선에서 11언더파로 연장에 합류한 뒤 마지막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상위 5명을 뽑는 36홀 경기에서 백석현은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다섯 번째로 티켓을 거머쥐었다. 연장 1~2번 홀에서 파-파를 기록한 백석현은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110kg이 넘는 ‘필드의 곰’ 백석현은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무대를 밟게 됐다. 2008년 프로 데뷔 후 6번째 도전 만에 첫 메이저 출전권을 따냈다. 그 동안 백석현은 태국과 일본에서 메이저 대회 지역 예선의 문을 두드려왔다. 이번 지역 예선에서 한국의 김형성, 장익제, 이경훈, 박재범 등 일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백석현만 본선에 올랐다. 장익제는 27홀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3개 홀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1타 차로 연장전에도 합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태국에 살며 아시안투어를 주무대로 삼았던 백석현은 올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Q스쿨을 통과하면서 무대를 옮겼다. JGTO 개막전인 도켄 홈메이트컵에서 공동 15위를 차지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한국의 코리안투어에도 한 경기 출전했지만 매경오픈에서는 컷 탈락했다.
백석현은 “모든 골프 선수들이 꿈꾸는 메이저 무대를 밟게 돼 너무 기쁘다. 앞으로 더 큰 무대에 많이 서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2013년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9위를 차지한 백석현은 아직 프로 우승이 없다. 그렇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그는 “해외무대에서 뛰면서 많은 투어 경험을 했지만 메이저만은 밟지 못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어서 정말 기대된다”고 설렘을 표현했다.
특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가장 맞대결을 하고 싶어 한다. 그는 “나이대도 비슷하고 세계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와 붙어 보고 싶다. 또 오랫동안 롱런을 하고 있는 짐 퓨릭과 같은 선수들도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고 많이 배우고 싶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백석현은 롱히터보다 롱런 선수들이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는지도 궁금해 한다.
육중한 몸매를 지닌 백석현은 체중에 신경 쓰는 등 몸관리에 관심이 많다. 한 끼에 스테이크 3개를 뚝딱 해치우는 식성인 그는 “더 찌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은 쪘지만 유연성이 좋은 백석현은 “지난 4개월 동안 스윙 교정으로 고전했다. 그립과 백스윙 템포를 빠르게 하면서 자연스러운 스윙으로 변화를 줬다”라고 털어놓았다.
스윙을 바꾼 뒤 다시 예전처럼 멀리 보낼 수 있게 됐다. 최대 비거리 330야드까지 날렸던 백석현은 “최근 많이 때리면 290야드 정도 기록했는데 스윙 교정 후 쉽게 290~300야드를 보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백석현은 덩치가 있다 보니 남들보다 가볍게 쳐도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살을 굳이 빼지는 않겠다고 한다. 그는 “살을 빠지면서 오히려 스윙이 망가진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박인비도 “살 때문에 먹는 행복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빅맨’ 백석현은 올 시즌에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그는 “일본은 아시안투어와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다. 큰 대회가 많고 코스 세팅도 너무 좋기 때문에 골프에 대한 흥미가 배가됐다”며 “꿈에 그렸던 메이저 출전권을 획득했으니 이제 프로 첫 우승을 목표로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석현의 프로 최고 성적은 2014년 CIMB 니아가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준우승이다.
한편 2015 US오픈은 6월18∼21일 미국 워싱턴주 챔버스베이에서 열린다. 한국계 선수는 현재까지 백석현을 비롯해 안병훈, 양건, 케빈 나가 출전권을 획득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