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찬과 안선주 부부 '골프 패밀리의 힘'
05.15 19:39
알록달록하고 모자챙이 넓은 스냅백 모자를 쓴 ‘골프 패밀리’ 3명은 멀리서도 한 눈에 띈다. 김우찬(33)의 ‘일일 코치’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의 간판스타 안선주(28)라 더욱 눈길이 쏠렸다. 김우찬의 동생인 김성호(30)씨와 안선주는 지난해 말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부부 사이다. 동생은 형의 캐디백을 메며 지원 사격했다.
이들 골프 패밀리는 15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에서 컷 통과에 성공했다. 동생 부부의 도움을 얻은 김우찬은 이날 이글 1개, 버디 1개, 보기 5개로 2타를 잃었지만 중간합계 이븐파 공동 12위로 가볍게 컷을 통과했다. 안선주의 시아주버님인 김우찬은 지금껏 7번 출전해 컷 통과가 1번 밖에 없을 정도로 매경오픈과 인연이 없지만 제수씨의 도움 덕분에 최고 성적을 바라보게 됐다. 2013년 공동 52위가 김우찬의 매경오픈 최고 성적이다.
목 통증 탓에 올 시즌 JLPGA 투어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안선주는 휴식 차 한국을 찾았다. 때마침 김우찬이 매경오픈에 출전하게 돼 안선주 커플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지난 겨울 태국에서 6주간 전지훈련을 함께 했던 사이라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 김우찬은 “동생 부부가 응원해주고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적으로 너무 편안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전훈 기간 동안 김우찬은 안선주에게 특별 어프로치 레슨을 받았다.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 샷을 할 때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는데 안선주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한다. 김우찬은 “정확하게 맞히고 힘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15m 거리의 어프로치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안선주가 “저는 알려준 게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김우찬은 “도움을 주고도 괜히 저런다. 생색을 내지 않는 성격”이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안선주의 레슨 효과는 마지막 홀에서 나타났다. 9번 홀(파5)에서 2온을 시도했는데 짧아서 그린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5m. 김우찬은 웨지로 핀을 보고 퍼트하듯 힘 조절을 했고, 볼은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 이글로 연결됐다. 기분 좋게 라운드를 마친 김우찬은 동생 부부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활짝 웃었다.
2004년부터 코리안투어를 뛴 김우찬은 2011년 레이크힐스 오픈 10위가 프로 최고 성적일 정도로 평범한 선수다. 2012년 상금순위 49위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1m73cm의 신장에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가 280야드 정도로 길지 않다. 올해는 쇼트 게임을 보완해서 상금랭킹 20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개막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컷 통과에 성공한 그는 순조로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 전략도 안선주가 세워줬다. “파플레이만 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조언을 가슴에 새긴 김우찬은 “욕심낸다고 잘 공략할 수 있는 코스가 아니다. 선주가 전략을 세워준 대로 예전과는 달리 나흘 내내 방어적인 골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주버님-제수씨 관계가 아닌 ‘골프 동반자’라 생각하기에 호칭도 아직까지 편안하게 오빠-동생으로 부른다고 한다. 안선주 부부도‘요미’, ‘꼬미’라는 애칭을 사용하며 남매 같이 편하게 지내고 있다. 지난해 동생 부부가 지원 사격한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에서 김우찬은 공동 16위라는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다. 정식 부부가 된 뒤 처음으로 힘을 뭉친 3명이 이번에는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남=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