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호 최고령 컷 통과 기록, 후배 놀래킨 환상 어프로치
05.15 13:31

레전드 최상호(60)가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웠다.
최상호는 15일부터 경기 성남의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제3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5개로 2타를 잃었지만 중간합계 2오버파로 가볍게 컷을 통과했다. 대회 최고령 출전자로 이름을 올린 최상호는 2007년 최윤수가 세웠던 58세 11개월의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경신했다. 최상호의 나이는 60세 4개월이다.
핀이 어려워 전체적으로 스코어가 좋지 않은 가운데 통산 43승(최다)을 거둔 최상호의 노련미가 빛났다. 함께 라운드를 했던 베테랑 황인춘(41)도 선배의 창의적인 플레이와 탁월한 감각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7번 홀(파4)에서 최상호의 진가가 드러났다. 2개 그린이 있는 홀인데 최상호의 세컨드 샷이 짧아 B그린의 왼쪽편 러프에 빠졌다. A그린의 핀 위치가 왼쪽에 치우쳐 있어 웨지로는 공을 도저히 세울 수 없었다. 최상호는 30m 이상 남은 거리에서 뜻밖에 퍼터를 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굴려서 핀 1m 옆에 공을 세우는 환상적인 어프로치를 보여줬다. 동반자 황인춘과 석종율은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갤러리들도 전설의 녹슬지 않는 플레이에 환호성을 보냈다.
결국 최상호는 이 홀에서 파를 적었다. 최상호는 “공을 세울 수 없었기 때문에 퍼터를 활용했다. 25년 동안 몸 담아 코스를 잘 알고 있었던 덕을 봤다”라고 했다. 그리고 9번 홀(파5)에서도 그린을 놓쳤지만 30m 거리에서 칩샷을 50cm 내로 붙이며 빼어난 쇼트게임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출발은 불안했다. 10번 홀에서 티오프한 최상호는 공이 벙커에 빠지면서 고전했고, 더블보기 위기에서 4온1퍼트로 보기를 적었다. 12, 13번 홀에서도 연속 보기를 적어 3오버파까지 떨어졌다. 4오버파를 컷 통과 기준으로 생각했던 최상호는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은 최상호는 어려운 아웃코스의 4번과 6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한숨을 돌렸다.
최상호는 “흥분된 상태에서 플레이를 해서 굉장히 힘들다. 컷 통과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전반에 쫓긴 감이 있다. 1차 목표를 달성해 만족스럽다”며 “많은 분과 언론의 관심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힘이 되기도 한다. 타수 차가 많이 나 우승 경쟁은 힘들지만 최대한 등수를 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또 최상호는 8월 말 KPGA 선수권도 출전해 다시 한 번 최고령 컷 통과 기록 경신에 도전할 예정이다.
최상호는 마스터스에서 벤 크렌쇼(64)의 화려한 은퇴식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아직 크렌쇼보다 어리고 쇼트게임 감각도 여전했기 때문에 후배들과 충분히 기량을 겨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년 만에 다시 코리안투어에 모습을 드러냈고, 존경의 박수를 받았다. 최상호는 “골프에서 은퇴는 없다고 생각한다.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해서 도전하겠다. 크렌쇼처럼 화려한 은퇴식은 꿈꾸지 않는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황인춘은 “함께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쇼트 게임이 정말 대단하고 여전히 감각이 살아 있어서 함께 플레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성남=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