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골프팀 컷탈락 선수 대회장까지 도보로 이동
04.24 16:44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코리언 투어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1라운드가 벌어진 23일 밤. 국군체육부대(상무) 골프팀 소속 선수들은 평소 보다 강한 점호를 받았다.
첫날 성적이 좋지 않았다. 참가한 6명의 평균 스코어는 76.5타였다. 언더파는 단 한명이었고 81타를 친 선수도 있었다.
김무영 감독은 “하면 된다는 군인의 자세로 5언더파를 치고 오라고 명령해도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스포츠가 골프란 것 정도는 안다. 그러나 모자를 똑바로 안 쓴다거나, 경례하는데 손가락 사이가 벌어지는 등 군인 본분을 망각한 모습이 보였다. 공 못 치는 것은 상관없지만 군인정신을 망각했다고 생각되면 바로 복귀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강한 점호 때문인지 24일 2라운드에서 상무 선수들은 1라운드보다 성적이 좋았다. 언더파를 친 선수가 두 명 있었고 평균 타수는 73.5타로 전날 보다 3타가 낮았다. 목표한대로 컷통과 선수는 6명 중 절반인 3명이었다.
컷탈락 선수 3명은 3-4라운드 대회장까지 도보로 이동한다고 김무영 감독은 밝혔다. 걸으면서 패배의 이유를 곱씹으라는 이유다. 산길이라 길은 험하다.
2라운드까지 선두는 8언더파를 친 박효원이다.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은 군인이 처음으로 코리언투어에 나오는 대회였다. 오랫동안 상무에 골프 팀이 없었다. 2015 군인올림픽의 경북 문경 개최가 결정된 후에도 골프는 논외였다.
이 대회에 북한도 참가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북한에 골프팀이 없지만 대회를 잘 준비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골프팀도 급조됐다고 전해진다. 예산도 당연히 없었는데 골프 의류 업체인 JDX의 후원으로 선수들은 깔끔한 옷을 입고, 운영비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군인이다. 여유 있는 건 아니다. 상무는 대회장인 포천 몽베르 골프장 인근의 군 휴양소에서 머물고 있다. 훈련 중 식사비는 한끼 4300원이고 대회에 나오면 8000원이다. 운동선수들의 식대로는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다.
주장 방두환(28) 상병은 “대회에 나오면 경기 중 한 끼를 거르니까 그걸 모아서 좀 더 비싼 걸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 저녁은 짜장면과 짬뽕을 먹었다. 철저한 개인 스포츠지만 선수들은 단체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숙소에서 대회장까지 오전, 오후조로 교통편은 단 하나씩만 운행된다. 오전조는 가장 일찍 티타임을 가진 선수에 맞춰서 함께 와야 했다. 오후조도 마찬가지다.
스타 출신 군인은 허인회(28) 일병이다. 일본 투어에서 최저타 기록을 세웠으며, 비싼 수입차에 대한 취미가 있었으며, 게으른 천재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던 그다. 허인회는 민간인일때 퍼트를 마크하지 않고 친 적이 많았다. 정성들여 마크하면 오히려 부담감이 생겨 더 성공률이 낮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군인으로서 마크를 하느냐 안하느냐 결정은 허인회가 아니라 군대가 한다.
허인회는 “대충 친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마크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제대 후에도 신중하게 하는 것을 고려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훈련소에 들어가서야 알았습니다. 내가 부유하게 살아온 게 당연한 것인줄 알았는데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내 환경에 감사하고 기고만장하게 살았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맹동섭(28)일병은 “군인이면서도 공을 치고 대회장에 나올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느리다. 허인회는 “입대한지 5개월인데 3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헤드커버에 제대일인 2016년 9월8일을 써놨다.
상무 골프팀 선수는 8명이다. 군인 올림픽 엔트리는 6명이다. 내부 선발전을 통해 2명을 일반부대로 돌려보내야 한다. 12라운드 선발전 중 4라운드를 치렀는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치러졌다고 전해졌다. 선수들은 병역 미필 상태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상문(29)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포천=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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