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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세컨드샷-아멘코너의 진실

04.13 12:57

아멘코너의 11번, 12번, 13번 홀. 왼쪽부터. 11번홀은 가장 어렵지만 13번홀은 가장 쉽다. 12번홀은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이 터진 미스터리한 홀이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11~13번 홀을 아멘 코너라고 부른다. 한국에는 이 홀들이 너무 어려워 선수들의 입에서 ‘아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알려졌다. 사실이 아니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공식 기록에 의하면 아멘코너 세 홀의 역대 평균 타수는 +0.120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전체 홀 평균(+0.122) 보다 약간 낮다. 올 시즌을 봐도 아멘코너는 어렵지 않다. 올 해 대회 11번 홀은 평균 4.325타, 12번 홀은 3.125타, 13번홀은 평균 4.546타로 기록됐다. 아멘코너 3개 홀을 합치면 -0.001타로 전체 평균 +0.030에 비해 낮다. 결론적으로 아멘코너는 쉬운 편이다. 너무 어려워서 아멘코너가 된 것은 아니다.

11번 홀은 어렵다. 역대 평균 타수로 보면 두 번째로 어려운 홀이었고 최근 들어 가장 어려운 홀이 됐다. 이 홀의 역대 평균 타수는 +0.29였고 올해는 +0.32으로 로 1등이었다. 선수들은 11번 홀에서 파를 하면 만족한다.

파 3인 12번 홀은 역대 평균 타수가 3.28로 세 번째로 어려운 홀로 기록되어 있다. 올해는 3.13으로 아홉 번째로 어렵다. 딱 중간으로 보면 된다.

파 5인 13번 홀은 매우 쉽다. 원래 쉬운 홀이었고 최근 들어서는 가장 쉬운 홀이 됐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선수들의 샷 거리 증대에 대항해 여러 차례 코스 전장을 늘렸는데 이 홀에는 거의 변화를 주지 못했다. 올해도 평균 타수가 -0.45타로 가장 쉬운 홀이다. 이 홀에서 버디나 이글을 잡지 못하면 우승 경쟁에서 탈락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대회 최종라운드 1오버파를 친 타이거 우즈도 이 곳에서는 이글을 잡았다. 조던 스피스도 저스틴 로즈도 이 곳에서 버디를 잡았다.

어려운 곳 세 곳을 묶어야 한다면 9번홀~11번 홀을 묶는 것이 적당하다. 그렇다면 왜 11~13번홀이 묶였을까. 이 홀들은 골프장 남쪽 구석에 있다. 구석에 있어서 코너라는 말이 붙었다. 한국오픈을 여는 우정힐스에서 아멘코너를 본 따 실코너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구석에 있지 않기 때문에 코너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세 홀 모두 물이 영향을 주는 홀이다. 코스에 물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아름답다. 골프에서 홀이 아름다울수록 긴장감을 준다. 짜릿한 드라마가 일어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 코너가 사우스 코너나, 호건 코너가 아니라 왜 아멘 코너가 됐을까. 유명한 골프 기자인 허버트 워런 윈드가 1958년 12번 홀에서 일어난 아널드 파머의 드라마틱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대학 시절 즐겨 듣던 재즈곡 ‘샤우팅 앳 아멘 코너(Shouting at Amen Corner)’를 갖다 붙인 것이 계기다.

58년 최종 라운드 켄 벤추리와 우승을 다투던 파머는 12번 홀(파3) 티샷이 그린을 살짝 넘어 벙커 앞 둔덕에 떨어졌다. 비가 많이 와 공이 땅에 박혔다. 파머는 경기위원에게 무벌타 구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파머는 경기위원의 결정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파머는 2볼 플레이를 했다. 공을 있는 그대로 쳐 5타, 즉 더블보기를 했고 다른 공을 드롭해서 파를 했다. 14번 홀에서 경기 도중 파머는 드롭한 공으로 경기를 해도 된다는 경기위원회의 결정을 들었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기쁨의 아멘이 나왔을 수 있다. 파머는 아멘을 하지 않았지만 허버트 워런 윈드가 그렇게 판단했다.

이 아멘코너 사건에서 해결되지 않은 또 다른 일이 있다. 58년 함께 경기한 벤추리는 2004년 낸 책 『내 인생 60년의 골프』에서 ‘파머가 두 번째 공을 드롭해서 치기 전에 잠정구를 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파머는 “잠정구라고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정황상 벤추리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캐디의 증언도 일치한다. 그러나 파머가 수퍼스타였기 때문인지 벤추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멘 코너는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너무 어려워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틱한 일이 자주 일어나 아멘 코너라는 말이 어울리기는 하다. 64년 아널드 파머에게 우승을 빼앗긴 데이브 마가 “아멘 코너 세 홀을 이븐파로 넘기면 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멘 코너는 ‘깃발 꽂힌 천국’이라는 오거스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있다. 래의 개울 위로 호건의 다리, 넬슨의 다리 등 많은 역사와 이야깃거리를 담은 것들이 있다. 안개 자욱한 래의 개울을 건너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아멘 코너 깊숙한 곳으로 안내하는 호건의 다리는 골퍼에겐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성스럽다. 아멘코너는 코스 구석에 있고 개울까지 굽이쳐 흘러가기 때문에 갤러리는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구경할 수 밖에 없다. 꽃으로 만발한 이 곳은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11번 홀 (파4·505야드)
그리 어렵지 않은 홀이었다. 1949년 우승자 샘 스니드는 마지막 라운드 이 홀에서 보기를 하곤 “(쉬운 홀인데) 페어웨이에서 개 두 마리가 시끄럽게 싸우는 바람에 실수했다”고 투덜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50년 그린 왼쪽에 연못을 만들고 거리를 늘렸다. 완벽주의자인 벤 호건은 51년 이 홀의 변화를 보고 매우 긴장했다. 그리곤 “11번 홀에서 나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갔다면 미스샷을 한 것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는 그해 4라운드 내내 물을 피해 그린의 오른쪽으로 두 번째 샷을 한 후 칩샷으로 파를 잡아 우승했다.

하지만 냉혹한 호건도 이 홀에서 당한 적이 있다. 54년 호건은 아마추어인 빌리 조 패튼과 우승 다툼을 했다. 패튼은 장타에 매우 공격적으로 경기하고 팬들에게도 친절한데다 무명이면서 우승경쟁을 하는 신데렐라였다. 팬들이 그를 매우 좋아했다. 호건은 패튼이 경박하다고 생각했고 아마추어에게 지는 것은 치욕이라고 여겼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건이 11번 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있을 때 13번 홀에서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호건은 패튼이 버디나 이글을 했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호건은 자신의 전략을 수정, 11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을 직접 보고 쏘다 물에 빠뜨렸다. 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13번 홀의 환호는 패튼이 버디나 이글을 잡아서가 아니었다. 패튼은 얕은 물에 들어간 볼을 드롭하지 않고 그냥 치러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 했다. 그 때 관중이 내지른 함성이었다.

패튼은 더블보기를 했다. 상황 판단을 잘못해 무리를 한 호건도 1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우승컵은 어부지리로 샘 스니드가 가져갔다. 코스는 2006년 505야드로 늘어났고 오른쪽에 나무를 심어 더욱 어려워졌다. 이 홀에서 이글은 총 여섯 번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마지막은 2004년 최경주다.



#13번 홀 (파5·510야드)
티잉 그라운드는 호건의 다리와 넬슨의 다리 건너 깊숙한 곳에 있다. 갤러리들은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다. TV 화면에 자주 나오는 곳이다. 갤러리들은 이 홀의 티잉 그라운드를 동경한다. 그러나 이곳은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도 생긴다. 티박스 뒤편이 선수들의 화장실로 이용된다.

최경주는 “2010년 우즈와 4라운드 내내 칠 때 함께 볼일을 본 적도 있다”면서 “냄새가 징한 곳”이라고 말했다. 파5 로서는 아주 짧아 버디를 못 잡으면 큰일 나는 홀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상황은 자주 나온다. 왼쪽으로 칠수록 2온이 쉬운데 그쪽이 개울이다. 이글도, 더블보기도 쉽게 나오는 홀이다. 2002년 어니 엘스는 이 홀에서 8타를 쳐서 미끄러졌고, 93년 베른하르트 랑거는 잘못 친 두 번째 샷이 개울 앞 땅을 맞고 튀어 그린을 넘어가면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이 홀은 너무나 아름답고 역사가 깊기 때문에 홀을 고칠 수가 없다. 다른 홀은 다 길이를 늘리는데 12번홀과 13번 홀은 그렇지 못했다. 13번 홀은 선수들의 장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쉬운 파 5홀이라기 보다는 약간 어려운 파 4홀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쉽다. 전통에 갇혀 있는 아멘코너의 현실을 보여주는 홀이기도 하다.



#12번 홀 (파3·155야드)
미스터리의 홀이다. 오거스타에서 가장 짧은 홀이다. 요즘 선수들에겐 9번 아이언을 잡을 정도의 짧다. 래의 개울과 매우 전략적으로 배치된 3개의 벙커에 공을 떨어뜨릴 홀의 깊이가 짧아 어렵다. 최경주는 “압박감과 혼란스러운 바람, 그린의 기울기, 그린의 속도가 어우러져 아주 재미있는 상황을 만든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골프장의 최저지대라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곳이어서 어렵다고 설명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소나무숲이 막고 있어서 바람을 느끼기 어렵다. 선수들이 티샷을 앞두고 잔디를 던져 보는데 별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그린 앞은 개울이며 그린과 개울 사이는 매우 미끄럽다. 약간 짧으면 물에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 해도 너무 어렵다. 역대 평균 타수는 3.28로 3번째로 어렵다. 240야드인 4번홀과 같다. 마스터스 한 홀 최고 타수(13타)가 여기서 나왔고 홀인원은 3번뿐이다. 12번 홀에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2000년 1라운드, 타이거 우즈는 140야드로 설정된 이 홀에서 8번 아이언을 쳤는데 맞바람 때문에 물에 빠져 트리플 보기를 했다. 우즈는 5위로 경기를 끝냈다. 우즈는 그 해 나머지 메이저대회에서는 모두 우승했다. 미국 기자들은 “이 홀에서 갑자기 생긴 바람이 아니었다면 그해 우즈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드 커플스는 1992년 우승할 때 이 홀에서 당연히 물로 굴러 내려가야 할 공이 경사지에 멈췄고 파세이브에 성공해 우승했다. 2012년과 2014년 우승자 버바 왓슨은 2013년 최종라운드에서 이 홀에서 10타를 치면서 탈락했다. 물에 공을 세 번 빠뜨렸다.

2011년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로리 매킬로이는 이 홀에서 4퍼트를 하면서 완전히 망가졌다. 케빈 나도 이 홀에서 10타를 친 적이 있다. 155야드의 짧은 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형사건들이 터졌다.

골프장을 만들 때 지금의 그린 자리에서 인디언의 무덤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12번 홀에서 대형 사고가 많이 터지는 것은 잠자는 인디언들의 영혼을 깨웠기 때문” 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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